사설

경기 연천군의 한 빈집[연합뉴스 자료사진]
경기 연천군의 한 빈집[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국 100가구 가운데 8가구가 빈집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인구 고령화 등으로 빈집이 늘어나는 줄은 미뤄 짐작했지만 이렇게 많다니 놀랍다. 2023년 말 기준 전국의 빈집 수는 153만4000가구로 나타났다. 2015년 대비 무려 43.6%나 증가했다고 한다. 5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이 발표한 ‘연도별·지역별 미거주 주택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다. 지역별 빈집 수(호)를 보면 경기도가 28만6140호로 가장 많고 경남 13만2798호, 경북 12만9041호등의 순이다.

충청권에서는 충남의 빈집이 11만3209호, 충북 7만1302호, 대전 2만5396호, 세종 1만3019호 등이다. 농촌지역뿐만 아니라 도심지역에서도 빈집이 많은 걸 확인할 수 있다. 빈집 중에는 아파트도 끼어있다. 허물어지기 일보직전인 주택이 있는가 하면 수리하면 사용 가능한 빈집이 꽤있다. 우리나라 전체가구의 44%는 집이 없는 무주택가구다. 빈집이 넘쳐나는데 무주택가구 비율이 높은 건 아이러니다. 빈집을 활용해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방치된 빈집은 주변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화재, 붕괴의 위험을 떠안고 있다. 일부 지자체들이 빈집을 단장해 저소득층에 임대하거나 마을 공동공간으로 꾸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가 나서 활용을 하려해도 주인이 허락하지 않으면 강제 이행이 불가능하다. 주인의 승인을 얻는다 해도 매입비용이 만만치 않다. 대전시의 경우 지난해부터 오는 2027년까지 5년간 100억원을 들여 빈집 정비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매입할 빈집 규모가 40호에 불과하다. 다른 지자체들도 실정은 비슷하다.

증가하는 빈집 수에 비해 활용은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농촌 빈집 정비를 위한 ‘농어촌정비법’ 개정안이 2023년 국회를 통과했으나 당초 기대에 못 미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제 철거가 쉽지 않을뿐더러, 빈집 소유자가 500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납부하면 그만이라고 한다. 빈집세나 빈집등록제 도입은 논의만 무성하다.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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