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전 동구 소제동에 남겨진 빈집에 붕괴위험이 표시돼 있다. 사진=윤경식 기자
대전 동구 소제동에 남겨진 빈집에 붕괴위험이 표시돼 있다. 사진=윤경식 기자

빈집 문제가 심화하고 있지만 사회·제도적 대처는 미흡하다. 과거에는 주로 농촌에서 빈집이 많이 나왔으나 요즘에는 도시빈집이 느는 추세다. "농촌의 경우 중간단계에 진입했고, 도시에서는 시작되고 있는 단계"라는 남해경 전북대 건축공학과 교수의 진단에 공감한다. 광역시인 대전에 빈집이 4000호가 넘는다. 국토교통부는 국내 빈집 수를 2022년 기준 13만2052호로 집계했다. 오는 2050년에는 국내 빈집 수가 300만호를 넘을 것이란 한 연구결과가 있다. 인구의 고령화, 저출산, 지역소멸 등으로 빈집은 갈수록 증가할 전망이다.

주인이 떠나면서 한 마을에 절반이나 빈집이 발생한 곳도 꽤 있다고 한다. 빈집은 주변 미관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붕괴위험의 소지를 안고 있다. 빈집에 쓰레기를 버리는 바람에 악취는 물론 벌레가 들끓기 일쑤다. 화기성 폐기물을 방치해 화재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범죄 장소로 악용되기도 한다. 민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대전 동구의 경우 빈집 관련 민원이 2020년 6건에서 2021년 20건, 2022년 22건, 2023년 31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빈집은 엄연히 사유재산인 까닭에 정비가 쉽지 않다. 소유주가 불분명해도 현행법상 빈집을 정비할 수 있는 강제권이 없다. 일본의 일부 지방정부는 빈집세 조례를 만들어 비거주 주책에 빈집세를 부과하고 있다. 일본은 빈집이 900만호를 넘어섰다. 프랑스는 빈집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회는 빈집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빈집세 도입 시 소유주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빈집이 사회문제화 하자 지자체들이 빈집을 활용한 각종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강진군은 빈집을 리모델링 한 후 월 1만원에 임대해 주고 있다. 귀농청년, 신혼부부들의 수요가 많다고 한다. 칠곡군은 유튜브 콘텐츠 ‘구해도 집쫌’을 제작해 빈집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빈집의 잠재적 가치를 발굴해 활용도를 높이는 쪽으로 정책의 방향을 맞춰야 한다. 물론 당국과 주택소유주의 협의라는 지난한 과제를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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