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체험학습이 두려운 교사들]
사고 나면 책임… 재판 부담까지 져
10대 학생 숨진 속초 현장학습 공판
인솔교사 2명 업무상 과실치사 기소
교사들 인솔 극도로 꺼리는 현상도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4월 봄철 현장체험학습의 달을 맞이했지만 안전사고 책임을 우려한 교사들의 기피현상이 커지고 있다.
교육활동 중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교사에게 과도한 책임을 물어온 관행 때문인데 학교 밖 교육활동이 크게 위축되는 상황이다.
교사들의 현장체험학습 기피는 세월호 사건에 이어 코로나19, 초등학교 노란버스 사태로 점차 심화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최근 강원 속초 현장체험학습 사고 관련 1심 공판이 진행되며 선처를 호소하는 교사들의 호소가 더욱 커지고 있다.
앞서 2022년 강원도 속초의 한 테마파크 주차장서 버스기사의 부주의로 10대 학생이 버스에 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후 당시 현장에 함께 있던 인솔교사 2명이 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돼 형사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교원단체들은 해당교사의 선처 탄원 동참 운동을 진행했고, 짧은기간인데도 불구하고 5만명이 넘는 탄원서가 제출되기도 했다.
이렇듯 사고 불안에 재판 부담까지 커진 교사들은 4월 현장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 시즌을 맞이했지만 인솔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지난해 전교조가 교사 1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교육활동 중 발생한 안전사고 관련 교사 피해 사례 조사’ 결과 80.4%의 교사가 교육활동 진행 시 ‘매우 불안함을 느낀다’고 호소했고 82.9%는 이러한 불안감이 ‘교육활동을 매우 위축시키고 있다’고 답했다.
교육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변수를 교사가 전부 책임져야 하는 현재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교육활동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대전지역의 경우 1학기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컨설팅을 받은 학교는 초·중·고 전체를 합해 총 55개교에 불과했다.
이 중 초등학교는 단 3곳 뿐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중·고등학교보다 상대적으로 교사들에게 더 높은 안전 책임이 요구되고 지난해 노란버스 사태까지 더해져 외부 숙박형 활동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일부 학교들은 학생선수의 외부 대회 출전까지도 안전문제 등을 이유로 공식 인솔을 허용하지 않는 형국이다.
학생선수가 외부 대회에 출전할 경우 감독, 코치 없이 개인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등 불의의 사고를 우려해 안전문제에 민감한 분위기다.
한 대전지역 초등학교 교장은 "코치의 동행을 허락한 대회는 소년체전과 교육감기 뿐이다. 이외 개인이 출전하는 건 막을 순 없으나 학교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승인하긴 어렵다"며 "일말의 사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