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초등학생 피살사건]
의료계, 정신질환·범죄 동일시 지적
우울증, 계획적 범죄 가능성 떨어져
사회적 낙인 장기적으로 위험 키워
치료 시스템·지원 강화 필요성 강조

우울. 그래픽=김연아 기자.
우울. 그래픽=김연아 기자.

[충청투데이 서유빈, 함성곤 기자] 대전 초등학생 피살사건 가해 교사의 정신질환 병력이 주목을 받으면서 부정적 낙인 효과로 인한 환자들의 치료 저해 등 의료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신질환과 범죄를 동일 선상에서 놓고 본다면 치료를 받으며 정상적인 삶을 사는 대다수의 환자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권국주 충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 건강 조사에서 범죄 진단과 치료 진단은 다른데 이걸 구분지어서 검사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만약 자가 검사 방식으로 진행됐을 때 정신질환 교사가 ‘괜찮다’고 답하면 결국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신질환자의 위험성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실제로 학교에서 근무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교원에 대해 학교 측이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명환 나음정신건강의학과의원 대표원장도 "정신과 진단은 다른 과 진단처럼 시각적 자료로 검증되는 게 아니라 환자의 호소나 표정, 말투 같은 주관적 판단 요소를 갖고 하는 일종의 잠정적 진단"이라며 "정신과 진단서에 보통 2~3가지의 진단을 붙이는데 이번 사건 피의자의 경우 우울증 이외에 다른 진단이 더 있는지 알 수 없고, 설사 우울증 진단이라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우울증은 남을 계획적·의도적으로 헤치는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정신건강 치료를 위한 정부 예산, 입원 치료 시스템의 부재 등 사회적인 투자가 부족하다는 문제점도 제기된다.

이병철 한림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에서 정신건강 관련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주 적다"며 "사회적으로 정신질환 치료를 위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환자들을 방치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울증이 범죄 원인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정신질환자는 치료를 더욱 꺼릴 것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사회적 위험을 키울 수 있다"며 "개별적인 사건을 두고 사회적 낙인을 찍기보다는 정신건강 치료 지원과 예방책 마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원장도 "정신적으로 괴로움을 겪고 있는 교사들에 대한 지원사업을 하고 있는데 (정신질환 있는 교사를 배제하자는 식의 대책은) 자칫하면 이를 수포로 돌릴 수 있다"며 "현재 정신과는 입원실이 없어져서 청소년이 죽겠다고 해도 입원을 못 시킨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교사들의 치료를 못 받게 만들어 놓고 걸러내서 배제시킨다고 할 때 입원 치료할 시스템이 안돼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하늘이법’도 간단하게 만들 법이 아니다. 잘못하면 교사들의 치료받을 권리를 제한하고, 법으로 인해 명을 달리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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