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초등학생 피살사건]
故 김하늘 양 입관식 진행
의연하던 부친 끝내 무너져
유족들 입관 예배서도 통곡
꽃·인형… 시민들 추모 이어져
[충청투데이 서유빈, 함성곤 기자] "하늘아, 미안해. 꼭 예쁜 별로 가."
다니던 초등학교 교사에게 피습당해 숨진 고 김하늘(8) 양의 입관식이 유족들의 깊은 슬픔 속에 진행됐다.
13일 오전 10시경 입관실이 마련된 건양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지하는 유족들의 비명에 가까운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유족들은 하늘이의 이름을 끝없이 부르며 대답할 수 없는 아이 앞에서 가슴을 쥐어뜯었다.
하늘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순간, 유족들은 그간 애써 억누른 감정이 터져 나온 듯 했다.
특히 장례 기간 내내 의연한 모습으로 조문객을 맞이하던 김 양의 아버지는 딸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결국 무너져 내렸다.
그는 입관을 마치고 나오는 길, 차가운 관 속으로 하늘이를 보낸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듯 주먹을 쥐고 벽을 치며 참척의 고통을 쏟아냈다.
입관식을 마친 유족들은 곧바로 이어진 입관 예배에서도 새어 나오는 울음을 멈출 줄 몰랐다.
학생이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참혹한 일을 겪은 비극 앞에 남겨진 가족들의 아픔은 헤아릴 길이 없어 보였다.
이날 8살 짧은 생을 뒤로하고 떠나는 김 양을 추모하기 위해 김 양이 다니던 초등학교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학교 로비에 설치된 분향소에서 김 양의 명복을 빌며 추모를 하고 나오는 시민들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정운선(83) 옹은 "올해 중학교 입학하는 손주를 기르는 입장에서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 추모를 하러 나왔다"며 "또 큰딸 아이가 초등학교에서 근무를 하고 있어서 안전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져 사회가 안정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학교 정문 옆 담벼락에도 인근 주민들과 지역민들이 추모의 마음을 담아 가져다 둔 편지, 간식 등이 알록달록 빛을 내며 김 양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고 있었다.
준비해 온 인형과 꽃을 두고 추모객 김수빈(24) 씨는 "학교는 아이들이 가장 오래 있는 곳이고 편안해야 하는 공간인데 이런 사건이 생겨서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불안할 것 같다. 가해자가 꼭 엄벌을 받아야 한다"며 "하늘이 꿈이 아이돌이었다고 하는데 하늘에서 꼭 꿈을 이루고 안 아팠으면 좋겠다"고 애도했다.
김 양과 같은 학교 재학생인 전이수·권영애(12) 양은 "다니는 학교에서 학생이 죽고 뉴스에도 저희 학교가 나와서 무섭고 두려웠다"며 "하늘이가 예쁜 별이 돼서 안 춥고 따뜻하게,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추모객들이 남기고 간 편지 가운데 현직 교직원이라고 밝힌 글도 다수 보였다.
초등학교 교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한 추모객은 편지를 통해 "월요일 오후 4시40분쯤 학교를 나왔는데 1학년 여자아이가 눈을 가지고 놀고 있길래 ‘끝났으면 어서 집에 가야지요~’하고 돌려보냈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래도 학교에 있으면 안전하다’는 생각이었다"며 "이번 일로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생각이 산산조각 나버렸지만 여전히 학교는 학생에게 가장 안전한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늦어버렸지만 더욱 안전한 학교가 될 수 있도록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남은 어른들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유빈 기자·함성곤 기자 syb@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