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초등생 피살, 정신질환 교사 허술한 복직 원인 지목
질병 휴직후 조기복직 의료진단서 한 장으로 승인 논란
질환교원심의위도 단 한 차례도 안 열려 ‘유명무실’ 지적
범행 전 동료폭행도 분리조치에 그쳐… 禍 더 키운 듯
[충청투데이 최윤서·김지현 기자] 대전 초등생 피살사건으로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가 학생들의 ‘안전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정신질환 교사의 허술한 복직 절차는 물론 위험신호가 감지된 부적격 교사에 대한 미흡한 사후조치가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학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교사가, 그것도 학교 안에서 학생을 피살하는 사건이 벌어지며 전국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일단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교사들에 대한 교육당국의 안일한 사전·후 관리가 이번 사건의 근본적 문제로 지적된다.
가해교사는 질병휴직 전에도 병가를 자주 신청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사건 발생 이후에도 대전시교육청은 해당 교사의 정확한 병가 사유를 여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복직 과정의 적절성 여부도 문제 중 하나다.
질병휴직 단 23일만에 복직을 신청했음에도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의료진단서 한 장만으로 복직을 승인했다.
복직 관련 업무 규정을 보면 의사의 진단서를 첨부해 교원이 복직을 신청할 경우, 30일 이내 반드시 복직을 시키도록 돼 있다.
이번 사건의 가해교사 또한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일상생활을 할 정도로 회복이 됐다는 진단서를 발급 받아 제출했고, 교육청은 이를 받아들였다.
교육공무원법상 교사가 정신질환으로 휴직한 뒤 복직할 때는 전문의의 완치 판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를 완치로 폭 넓게 해석했다면 이는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한 교사는 “학생에게 해를 가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한 교사에게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린 의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복직 절차와 요건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명무실한 ‘질환교원심의위원회’ 제도 역시 실효성이 지적된다.
질환교원심의위는 정신·신체적 질환을 가진 교원의 직무수행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설치됐다.
여기서 1년간 직권휴직을 명할 수 있는데 복직 시 별도 심의를 거쳐야 하며 총 두 차례 휴직에도 호전되지 않으면 교원은 면직 대상이 된다.
다만 같은 질환의 휴·복직이 ‘반복’될 경우에만 관찰 대상이 돼 위원회 소집 요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복직 이후 미흡한 사후 관리 또한 참사를 부른 원인이 됐다.
복직 후에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고 문제 행동이 감지됐을 경우 즉시 출근 및 업무 정지시킬 수 있는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학교는 가해교사의 동료교사 폭행사건 발생 4일 후에야 교무실에 분리 조치하는 정도에 그쳤고 이조차 실효성이 없었다.
대전교사노조 관계자는 “학내 안전 불감증이 낳은 참사”라며 “안타까운 마음이 너무 크고,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주변에 위협을 가하는 교사에 대해 즉각적으로 출근 및 업무를 정지시킬 수 있는 규정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김지현 기자 wlgusk1223k@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