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 마트에서 칼 구입, 시청각실 열어
돌봄교실 마지막 학생에게 다가가 범행

육종명 대전서부경찰서장이 11일 오후 2시 5층 대회의실에서 ‘대전 초등생 피습사건’ 관련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서유빈 기자
육종명 대전서부경찰서장이 11일 오후 2시 5층 대회의실에서 ‘대전 초등생 피습사건’ 관련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서유빈 기자

[충청투데이 서유빈·함성곤 기자] 고 김하늘(8) 양이 다니던 학교 교사에게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과 관련해 해당 교사가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을 생각으로 범행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대전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교사 A씨는 범행 당일 경찰에 “시청각실 바로 앞에 있는 돌봄 교실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갈 때 맨 마지막에 있는 아이에게 책을 준다고 시청각실에 들어오게 해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을 생각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복직 후 3일 후 짜증이 났다. 학교 근처 마트에서 칼을 구입하고 3층 교무에 있기 싫어서 잠겨있는 시청각실을 열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A씨는 조사 과정에서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았고 휴직 중 자살 생각을 한 적 있다고도 언급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15분경 숨진 김 양의 친모가 “딸이 없어졌다. 학교 돌봄 후 사라졌다”는 최초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경찰은 신고 접수 4분 후 구봉지구대를 시작으로 경찰, 가족, 학교 관계자들과 함께 학교 내·외부 운동장 인근에 대해 16차례에 걸쳐 김 양의 위치를 추적했다.

위치 조회 결과를 토대로 수색하던 중 김 양의 친할머니가 학교 2층 시청각실 내부에 있는 자재 보관실에 김 양과 A씨가 있는 것을 최초 발견했다.

현장에 출동한 지구대가 잠긴 자재 보관실을 강제 개방하고 119 공동 대응으로 김 양을 병원에 호송했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은 현재까지 A씨 진술과 학원 차량이 도착해서 김 양이 돌봄 교실을 나온 시간 등으로 범행 시간을 오후 4시30분에서 오후5시경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이번 비극을 단순한 개인 범죄로 보기보다는 아동 보호 체계의 허점과 관리 시스템의 미비에서 원인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도선 한남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아동 실종 신고가 접수되면 부모와의 갈등이나 단순 미귀가, 휴대전화 분실 등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 범죄 가능성을 즉각적으로 단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신고자와 경찰 간 인식 차이가 발생한다. 수색 판단과 초기 대응 절차를 보다 간소화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동과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실종은 골든타임이 중요한 만큼 경찰과 지자체를 포함한 관계 기관이 보다 적극적인 상황 확인과 안전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아이들을 보호하는 직업인만큼 교사들의 정신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지원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A씨에 대한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A씨가 회복하는대로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육종명 대전서부경찰서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현재 현장 기초조사만 진행된 상태”라며 “B씨는 현재 병원에서 목 부위 봉합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에 있으며 체포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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