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형편 어려운 오빠 돕기 위해 출퇴근
본인도 최근 혈액암 진단… 치료 ‘막막’
충북도·사회복지모금회 생활비 긴급 지원
[충청투데이 김영재 기자] 충북 청주시에 거주하는 이정애(45·가명) 씨.
정애 씨는 현재 혈액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준비하고 있지만 가정형편이 만만치 않다.
정애 씨는 암 판정을 받기 전까지 매일 직장이 있던 서울에서 청주를 오갔다.
홀로 홀어머니를 모시고 네 아들을 양육하는 오빠 정남(50·가명) 씨를 돕기 위해서였다.
정남 씨의 부인은 1999년부터 희귀 난치성 질환인 전신홍반루프스를 앓다가 지난해 10월 작고했다.
건설 일용직인 정남 씨는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했지만, 부인 치료를 위한 병원비와 간병비를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대출을 받아 병원비와 간병비를 메꾸는 악순환이 계속됐고, 경제적 어려움과 정신적 고통 속에서 우울증이 찾아왔다. 이런 오빠를 돕기 위해 매일 왕복 3시간 거리를 오가며 조카를 돌보고 집안 살림을 도맡은 정애 씨다.
정애 씨는 본인의 급여로 오빠의 빚을 갚는데 보탰으며, 간병비 부담을 덜기 위해 새언니의 간병까지 도왔다.
2016년부터는 아예 거주지를 오빠네로 옮겼다.
정애 씨는 오빠와 가족들에게 자신의 진단 사실을 숨기고 여전히 조카들을 돌보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이들은 엄마의 빈자리와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학교에서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지만, 첫째 민호(16·가명) 군은 중학교에 입학한 후 전교 1~2등과 전 과목 1등급을 유지하고 각종 장학금을 받으며 장래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정애 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충북도가 긴급지원에 나섰다. 5일 김영환 충북지사와 이민성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등이 정애 씨 집을 방문해 다자녀 위기 가정 지원 성금 2000만원을 전달했다.
정애 씨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생계가 막막한 상황에서 지원해 주신 성금이 가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오늘 전달된 성금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자녀 가정에 실질적인 힘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앞으로도 다자녀 가정을 위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충북도와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저출생과 인구 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도민 공감대 형성과 결혼·출산·양육 등 저출생·인구 위기 극복을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인구위기 극복, 힘내라 충북! 성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김 지사의 개인 1호 성금 기탁과 금성개발의 기업 1호 기부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40여기업·단체와 개인 참여로 3억 6000만원을 모금했다.
충북도와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이달 중에 도내 위기 출산·다자녀 여섯 가정에 총 1억 20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김영재 기자 memo340@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