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규 대전 대덕구청장
을사년(乙巳年) 새해가 열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2월이다. 오는 12일은 을사년 첫 보름이자 보름달이 뜨는 ‘정월대보름’이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중장년층들은 어릴 적 시골 마을에서 경험했던‘정월대보름’의 아련한 추억과 향수(鄕愁)가 떠오를 것이다.
정월대보름은 제의적(祭儀的) 기능뿐만 아니라 마을 공동체 구성원이 대동적 일체감을 느끼게 하는 등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담당해 왔다. 세배 등 개인 의례 중심의 설 명절과는 달리 정월대보름은 철저하게 공동체 중심의 의례가 이뤄졌다.
대표적 행사 중 하나가 동제(洞祭)이다. 동제를 부르는 명칭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마을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고 한 해의 풍요를 기원한다는 점은 모두 공통적이다.
우리 대덕구만 하더라도 선조들의 전통을 이어받아 매년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부수동 부수골 목신제, 비래동 느티나무 당산제, 법동 범천골 장승제, 장동 장승제 등 동별로 가정과 지역의 번영, 풍요로운 농사를 기원하는 동제(洞祭)를 지내고 있다.
올해도 정월대보름을 맞아 동별 동제와 함께 신탄진 대보름 쥐불놀이 축제, 정월대보름맞이 대덕구민 윷놀이 한마당 등의 행사가 펼쳐진다. 이를 통해 선조들이 유산으로 물려준 따뜻한 공동체적 단합과 화목의 의미를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겨 구민 모두가 따뜻한 사랑과 행복을 나누는 화합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 궁극의 목표라 할 수 있다.
특히 우리 선조들은 과거 동제(洞祭)를 준비할 때 제관 선출, 경비 추렴, 제물 음복 및 분배 등 마을 구성원들이 모두 모여 회의를 통해 역할 분담을 해오는 등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마을 자치적 기능을 유지하는 매우 중요한 업적을 우리에게 남겨주셨다.
이에 따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역시 정월대보름 행사 준비 및 진행 등 모든 과정에서 끈끈한 공동체 의식을 발휘하는 것은 물론 모두가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이라는 평등 원리에 기반을 둔 수평적 유대감을 깊이 가져야 할 것이다.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의견이 수렴되고 준비 과정 하나하나에 힘을 합치다 보면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 완성도가 한층 더 높아진다. 그러다 보면 모두의 따뜻한 마음이 읽힌다.
이게 바로 우리 대덕구가 공모 등 다양한 방법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덕구 공동체 활성화’ 사업이요, 우리 선조들이 정월대보름을 통해 몸소 보여주신 따뜻한 공동체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모쪼록 이번 정월대보름을 맞아 대덕구민 모두의 소망 성취, 화합으로 웅비하는 대덕, 국태민안(國泰民安)의 기운이 보다 더 융성해지길 간절히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