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은 충남대학교 제10대 교수회장

난데없는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탄핵소추 이후 정치적 불안정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반헌법적 계엄령 선포는 처벌받아야 마땅하므로 그러한 방향으로 현재의 사태는 하루빨리 해결돼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유는 계엄 선포가 핵심이지만 그에 그치지 않는다. 내치와 외치, 정치경제와 군사안보 등 여러 측면에서도 심각한 정책 실패와 파탄, 그로 인한 국민 고통 등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중에서도 비수도권에 사는 충청도민, 대전시민으로서 현 정부가 집권 이후 지역 간 양극화 문제를 방치하고 더 나아가 조장해 온 것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물론 비수도권에도 여전히 많은 인구가 살고 있고 이들도 소중한 유권자이기 때문에 현 정부가 대놓고 균형발전 이슈를 무시하지는 않았다. 공식적으로는 ‘지방시대의 도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이야기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 현 정부 집권 이후 어떤 정책이 펼쳐져 왔는가를 돌이켜 보면 그 슬로건은 화려한 정치적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통령 인수위원회는 원래 2022년 10월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 대통령 임시 집무실을 완공하고 대통령이 들어간다고 공언했었다. 그러나 이후 계획을 변경해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2027년에야 세종 대통령 집무실을 완공키로 한 바 있다.

균형발전의 핵심이 될 지역대학 정책도 마찬가지다. 지역대학을 살리자는 것인지, 죽이자는 것인지 헷갈린다. 현 정부의 대학 정책은 규제 완화와 예산 몰아주기가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대학 설립·운영 규정을 완화하고 라이즈와 글로컬30 사업을 추진하는 것인데, 교육부는 이러한 정책을 통해 대학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30여개의 세계적인 대학이 비수도권에도 등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 지원 예산 부족, 비리 대학에 대한 제대로 된 감시와 통제의 부재, 학령인구의 수도권 집중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규제 완화와 예산집중 정책은 심각한 부작용만 낳을 뿐이다. 얼마 안 되는 예산을 따오기 위해 바닥으로의 경쟁,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대학들은 규제 완화를 틈타 수도권으로 진출하기 위한 틈새를 찾고 있다.

블랙홀처럼 모든 자원을 수도권이 빨아들이고 있는 상황을 방치하고 조장하면서 ‘지방시대의 도래’를 외치는 블랙코미디는 당장 멈춰야 한다. 지역에 각자도생을 위한 무한경쟁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균형발전을 위한 충분한 예산 지원, 진정한 자율과 책임의 지방 자치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