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을사년 (乙巳年) 새해가 밝았지만 계엄령 선포의 여파가 여전히 가슴을 짓누른다. 신년계획을 짜고, 희망에 잔뜩 부풀어있어야 할 때 방향을 가늠조차 하기 힘든 지경이다. 계엄선포의 충격파가 워낙 커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의 이슈를 집어삼켰다.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됐다.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러는 사이 국가 신인도는 추락하고, 경제는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어떻게 이룩한 산업화, 선진화인가.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최근의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견뎌온 우리다. 기업인들 자영업자들 사이에 당시보다 지금이 훨씬 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럴 만도하다. 원·달러 환율은 1480원대를 오르내리며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주요국들의 증시가 상승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한국 증시는 나홀로 하락장세다. 정치 불확실성의 영향 탓이 크다.
가뜩이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발 세계경제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세계 각국이 트럼프에게 줄을 대기위해 경쟁을 벌이는 까닭이다.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직무가 정지된 마당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을 상대할 외교적 역량이 있는 건가. 한국은 경제뿐만 아니라 국방도 주요 파트너다. 충청권으로 좁혀보면 막 걸음마를 뗀 충청광역연합의 연착륙이 최대 과제다. 충청광역연합은 대전, 세종, 충남·북 등 충청권 자치단체의 현안을 함께 추진할 전국 최초의 특별자치단체다. 초광역 철도·도로망 구축, 광역버스 노선 공유, 관광산업 연계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중소기업계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인내외양(忍耐外揚)을 꼽았다. 챗GPT가 생성한 언어로 인내심을 발휘해 어려움을 이겨낸다는 뜻을 담고 있다. 계엄사태는 국가를 후퇴시키고, 국민들에게 엄청난 좌절감을 안겼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계엄의 늪 속에서 하루빨리 빠져 나와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인내외양은 각별하게 다가온다. 을사년 푸른 뱀의 지혜로 국난을 헤쳐 나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