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곤·편집국 정치행정부 기자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2024년은 참으로 다사다난했다. 기자로서 첫발을 내디딘 나에게 갑진년은 마치 끊임없이 시험을 던지는 한 해 같았다.
첫 시험은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였다. 의사 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이 정책은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을 촉발하며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이어졌다. 응급실은 ‘응급실 뺑뺑이’는 더욱 심화됐고 이 혼란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로 남북 관계는 점차 얼어붙었고, 국회의원이 잇따라 괴한에게 피습당하며 충격을 안긴 일도 있었다. 딥페이크 범죄가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며 시민들에게 불안을 안겼고,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 관련된 의혹으로 정계는 한바탕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도 찬란한 빛은 있었다. 소설가 한강이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것이다. 그러나 이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12월 3일, 45년 만의 비상계엄이 선포되며 수십 년 간 쌓아올린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상황을 우리는 목격했다. 국민들은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한 마음 한 뜻을 갖고 거리로 나왔다.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도 시민들은 노래하고 춤추며 각자의 방식으로 탄핵을 외쳤다. 해학과 연대로 빚어낸 집회는 전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국정은 여전히 혼란 속에 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국무총리의 탄핵으로 대행의 대행 체제라는 초유의 정치 혼란이 초래됐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평범했던 주말 아침이 참혹한 비극으로 물드는 소식도 있었다. 태국 방콕에서 무안국제공항으로 출발한 여객기가 도착 전 랜딩기어 결함으로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 외벽에 충돌하며 반파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 사고로 여객기는 화염에 휩싸였고,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하며 국내에서 발생한 최악의 여객기 사고로 기록됐다.
이번 사고는 희생자 대부분이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가족여행, 모임 등을 위해 떠난 광주·전남 지역민들이 대다수라는 점이 깊은 안타까움을 더한다. 대전·충청 지역민 피해가 크지는 않았지만, 충청 지역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청주국제공항 또한 많은 국제선을 운영 중이고 무안공항보다 활주로가 짧기 때문에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국 교수들이 선정한 2024년 사자성어는 ‘도량발호(跳梁跋扈)’다. 권력자들이 제멋대로 권력을 휘두르며 함부로 날뛰는 모습을 대변하는 이 고사성어는 2024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정태연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권력자들이 2024년도에 보인 모습을 가장 잘 대변하는 사자성어"라고 평했다.
을사년을 맞은 지금, 우리는 다시 묻는다. 올해를 대표할 사자성어는 어떤 의미를 품게 될까. 부디 을사년은 을씨년스럽지 않은 희망과 안정의 해로 남기를 바란다. 도량발호의 해를 뒤로하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준비가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