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트럼프 리스크 등 불확실성 ↑
이차전지 부진 등 양대산업 약세 우려
소비자심리지수 하락세… 회복도 요원
[충청투데이 이용민 기자] 올해 좋지 않은 대내외 경제환경 속에서 고전한 충북 경제의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양대 산업 중 하나인 이차전지산업의 반등 여부가 불확실하고, 그나마 버팀목이었던 반도체 분야도 성장이 만만치 않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먼저 4분기부터 마이너스 성장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충청지방통계청에 따르면 4분기 시작점인 지난 10월 충북지역 광공업 생산은 전월대비(계절조정) 7.6%, 전년동월 대비 13.0% 각각 감소했다. 전자부품·컴퓨터·영상 음향통신 감소폭이 무려 51.1%에 달했다.
2020년 기준 충북 산업구조는 광제조업이 51.1%를 차지한다. 이중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반도체와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 관련 산업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그동안 반도체가 부진하면 이차전지가 힘을 내 떠받치고, 이차전지가 주춤하면 반도체가 반등하며 충북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올해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이차전지산업이 약세를 이어가자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경기 침체에 숨통을 트인 형국이었다.
충북 지역 반도체의 올해 수출 실적은 지난달까지 102억 8500만달러로 전 품목 누적 수출액 239억 9000만달러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그러나 효자 반도체의 내년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22일 공개한 ‘산업경기 전문가 서베이조사(PSI) 결과’에서 12월 국내 반도체 업황 PSI는 82로 나타났다. 이 지수가 100 밑으로 내려간 건 지난해 5월 이후 1년6개월만이다. 내년 1월 업황 전망 PSI는 75까지 떨어진다.
중국의 범용 D램 수출이 늘며 경쟁이 치열해진 영향이다.
HBM(고대역폭 메모리)도 글로벌 경기 상황에 따라 미국 빅테크 기업의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다만 HBM은 일반 D램과 달리 장기계약 구조로 내년 물량과 가격 협의가 상당 부분 완료됐다는 점이 위안이다.
이차전지 분야는 중국 업체들의 수출이 늘고 있는 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전기차 캐즘(신기술이나 제품이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거나 후퇴하는 현상)이 아직 해소되지 않아 극적인 반등이 어려운 상황이다. 전기차 수요 부진은 전기차용 배터리와 양극재 등 수출에 영향을 미치면서 충북 전체 수출 감소의 원인이 되고 있다.
수출 산업 비중이 큰 충북으로선 고환율과 트럼프 관세 리스크 등 대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이 더욱 큰 부담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2025년 1분기 수출경기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가 96.1로 4분기 만에 기준선인 100을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업계는 원재료 가격 상승(17.4%), 수출대상국의 경기부진(15.2%), 바이어의 가격 인하 요구(12.0%) 등을 애로사항으로 꼽고 있다.
내수 경기는 살아날 줄 모르고 있다.
한국은행 충북본부가 지난 12~18일 충북지역 3개 도시(청주, 충주, 제천)의 400가구(369가구 응답)를 대상으로 조사한 소비자심리지수는 88.3으로 전달보다 10.6p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 시기인 2022년 11월 87.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정부는 ‘민생 회복’을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내수 활력을 위한 부문별 정책처방, 취약계층별 맞춤형 지원, 예산 조기집행 계획 등을 다음주 초 발표할 계획이다.
이용민 기자 lympus@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