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의회는 20일 오전 열린 ‘제274회 제2차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서 ‘회기 연장의 건’을 통과시켰다. 재석의원 21명 가운데 찬성 11표, 반대 9표, 기권 1표로 집계됐다. 독자 제공.
천안시의회는 20일 오전 열린 ‘제274회 제2차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서 ‘회기 연장의 건’을 통과시켰다. 재석의원 21명 가운데 찬성 11표, 반대 9표, 기권 1표로 집계됐다. 독자 제공.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속보>= 천안시 조직개편안에 대한 처리 시한이 오는 24일까지로 연장됐다. 시의회가 막판 극적으로 ‘회기 연장의 건’을 통과시키면 서다. <12월 20일자 12면>

시의회 상임위원회의 조례안 ‘보류’ 결정으로 시의 연말 정기인사가 무산되는 초유의 사태는 일단 모면했다.

하지만 시간을 벌었다고 해서 해당 조례안이 통과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례안을 두고 시 행정부와 의회 간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데다 이를 둘러싼 여야 간 셈법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 막판 ‘회기 연장의 건’ 통과로 시간은 벌어

천안시의회는 20일 오전 열린 ‘제274회 제2차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서 ‘회기 연장의 건’을 통과시켰다. 재석의원 21명 가운데 찬성 11표, 반대 9표, 기권 1표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은 ‘찬성’을, 더불어민주당은 ‘반대’에 표를 던졌고 무소속 강성기 의원은 ‘기권’했다.

‘회기 연장의 건’은 김행금 의장이 직권으로 상정한 안건이다. 앞서 경제산업위원회는 지난 18일 ‘천안시 행정기구 및 정원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이하 조직개편안)을 보류 결정했다. 시 행정부의 연말 정기인사가 무산될 운명을 앞두고 있었다.

이에 김 의장은 전날 밤 ‘회기 연장의 건’을 상정 예고하고, 류제국 부의장과 강성기 경제산업위원장, 배성민 의회운영위원장 등에게 양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막판 극적인 회기 연장의 건 통과로 이번 정례회의 회기는 오는 24일까지로 연장됐다. 조직개편안 처리와 관련한 시간을 번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천안시의원들이 20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절차적 하자가 있는 조직개편을 강행하려는 천안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사진=이재범 기자.
더불어민주당 천안시의원들이 20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절차적 하자가 있는 조직개편을 강행하려는 천안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사진=이재범 기자.

◆ “절차 위반, 조직개편 시급성도 의문” vs “사전 심사 일정 협의” 공방

더불어민주당 천안시의원들은 ‘회기 연장의 건’이 통과된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절차적 하자가 있는 조직개편을 강행하려는 천안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의회 회의규칙에 따르면 의안은 (매 회기 시작) 10일 전까지 제출토록 규정한다. 그렇다면 조직개편안은 11월 8일까지 기한임에도 불구하고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행정적인 절차상 제출해야 하는 기한이 정해져 있지만 그런 절차까지 어기며 상임위원회에 회부가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렇게 대규모의 행정기구 조직과 정원이 바뀌는 것이 시급을 다투는 긴급 안건이었는지를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천안시의회 회의규칙 관련 조항에 달린 단서 조항을 언급한 것이다.

실제 해당 조항에는 ‘다만, 긴급을 필요로 하는 경우의 의안에 대하여는 그렇지 않다.’는 단서가 달렸다. 의원들은 또 “주먹구구식의 조직 개편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천안시도 해명자료를 내고 “규정에 따른 의안제출이 어려울 것이 예상돼 지난 11월 5일부터 경제산업위 의원들께 사전 요청을 통해 심사 일정을 협의했다”고 반박했다.

시는 또 “금번 조직개편은 급변하는 지방자치 행정 속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행정기구틀을 적기에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시의 반박 내용 가운데 “시급성이 있었는지 의문”이라는 의원들의 지적에 대한 해명은 부족했다.

천안시의회 김행금 의장이 소집한 긴급의원총회가 19일 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의총에는 의원들이 대거 불참했다. 사진=이재범 기자.
천안시의회 김행금 의장이 소집한 긴급의원총회가 19일 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의총에는 의원들이 대거 불참했다. 사진=이재범 기자.

◆ 조직개편안 둘러싼 여야 간 속내도 복잡

천안시 조직개편안 처리를 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각각의 이해관계로 정당 내부 분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선 국민의힘 내부 상황이 심각하다. 해당 상임위의 조례안 처리 ‘보류’ 결정 이후 김행금 의장이 19일 오전 긴급 소집한 의원총회에 같은 당 의원들이 대거 불참한 장면이 이를 방증한다. 권오중 의원과 김영한 의원이 의총에 참석하긴 했지만 김 의장의 모두 발언 도중 퇴장했다.

사실 국민의힘에선 후반기 의회 초반부터 김행금 의장의 리더십에 불만을 표출하는 의원들이 속출했다. 의회 운영과 인사권 행사 등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김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꺼낼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조직개편안 처리 무산이 김 의장을 향한 책임론의 소재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상황은 비슷하다. 조직개편안을 심의하는 소관 상임위 회의가 열리기 일주일 전 일부 상임위원장들이 모여 특정 부서 상임위 배분 문제를 논의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특정 부서를 자신이 속한 상임위로 배분할 것을 요구한 위원장이 민주당 소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 갈등이 일었다.

경제산업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우리가 들러리냐”, “이게 뭐 하자는 것이냐”라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동료 의원 성추행’ 사건 이후 불거진 민주당 내 분열이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 ‘조직개편안’ 직권상정 가능성 높아지지만…‘가결’ 여부는 미궁속

김행금 의장은 20일 조직개편안 등 2건에 대한 심사기간을 지정해 경제산업위원회(경산위)로 회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사기간은 오는 23일 오후 6시까지다.

의회 회의규칙에 따르면 위원회가 이유 없이 그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은 때 의장은 중간보고를 들은 후 다른 위원회에 회부하거나 바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경산위가 여러 이유를 들어 ‘보류’를 한다 해도 ‘이유’(理由)에 대한 판단은 의장의 몫이다. 의장 자신이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할 경우 바로 본회의에 안건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직권상정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해당 안건이 가결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 현재 의회 내 정당별 구성은 국민의힘 13명과 더불어민주당 12명, 무소속 2명(강성기, 이종담)이다. 무소속 의원들의 탈당 전 소속 정당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다.

실제 표결로 갈 경우 여당인 국민의힘이 14표로 안건을 가결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무소속 강성기 의원은 현재 경산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안건 ‘보류’를 선포한 당사자로서 찬성표를 던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강 의원은 같은 날 처리된 ‘회기 연장의 건’에도 유일하게 기권을 선택했다.

의회가 아예 기록 표결 대신 무기명 투표를 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의회 회의규칙에는 ‘의장 제의 또는 의원 동의로 무기명 전자투표 또는 투표용지에 의한 무기명 투표’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우는 당내 이탈표를 단속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만일 안건이 부결되면 책임은 오롯이 여당이 지게 된다는 점에서 선택이 쉽지 않다.

◆ ‘명분’은 의회가 앞서…市 “시민을 위해 통과를” 호소

이번 천안시 조직개편안과 관련된 쟁점을 둘러싼 ‘명분’은 의회가 약간 앞선 것으로 보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미 수개월 전 조직개편을 한 천안시가 무엇이 급해서 다시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일부 의원들의 지적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내년도 조직 진단 예산이 20일 의회를 통과했다. 조직을 면밀하게 진단해 보고 이후 개편 작업에 착수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높아 보인다.

게다가 시 담당부서가 조직개편안을 구상할 초기 단계부터 의회에 보고나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주먹구구식 개편’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그럼에도 현재 시 일부 국의 조직이 부서 과밀로 허덕이고 있다는 점에서 조직개편이 필요하다는데 이의를 다는 이들은 없다. 실제 복지문화국과 기획경제국의 경우 각각 8개, 7개 부서를 1명의 국장이 총괄하고 있다.

19일 열린 의원총회에 배석한 원종민 기획경제국장은 “국장으로서 국비를 확보하려 중앙부처에 많이 가야 하는데 지금까지 4번밖에 못 갔다”며 “정말 화장실 갈 시간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 그러니 국은 분리가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천안시도 20일 해명자료에서 “시민을 위한 안정적인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2500여 공직자가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금번 조직개편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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