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의회 의원들이 해외출장 시 예산을 허투루 사용한 사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그동안 지방의회 의원들의 외유성 관광이 도마에 오르곤 했지만 그 실태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지방의회가 다녀온 해외 출장 915건 가운데 무려 405건은 경비 등이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전국 243개 지방의회 의원들이 지난 3년간 다녀온 해외 출장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주로 항공권 과다청구와 외유성 일정, 예산 남용으로 결코 간과할 일이 아니다.
지방의회의 외유성 일정이야 누차 지적돼 그렇다 쳐도 항공권까지 과다청구 했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예컨대 충청지역의 한 광역의회는 1인당 약 164만원인 항공료를 2배가 넘는 338만원으로 과다 청구한 뒤 차액을 받았다고 한다. 다른 지역의 한 광역의회는 항공권 금액을 2배가량 청구하고 항공권 QR코드를 인식하지 못하도록 훼손하기까지 했다. 유명 관광지 입장료와 가이드 비용을 예산으로 지출한 사례는 약과에 속한다. 술, 숙취해소제 등을 예산으로 구매했다고 한다.
지방의원들의 해외출장 비용은 주민의 혈세다. 세금은 마음대로 써도 된다는 건가. 자신의 돈이라면 이렇게 사용하지는 않을 터다. 이러니 해외 출장 결과 보고서가 제대로 작성될 리 만무다. 출장 결과 보고서를 아예 작성하지 않거나, 보고서 작성을 여행사에 위탁한 지방의회도 나왔다. 일부 지방의회가 해외출장을 자제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해외출장을 가지 않거나, 자비로 다녀오는 의원도 있다. 본받아야 마땅하다.
감시기능 부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외출장을 심사하는 기구가 있다고는 하나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풀뿌리민주주의를 도입한지 이제 30년이 넘어 정착할 때가 됐다. 언제까지 지방의회의 해외출장이 지적을 받아야 하나. 이번에 드러난 허위 비용 청구 금액은 당연히 환수조치 해야 한다. 지방의회의 해외출장은 오로지 주민을 위한 견학이어야 한다. 이번 적발 사례를 귀감으로 삼아 건전한 해외출장 문화조성에 나서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