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 취재수첩] 대전하나시티즌
시즌 초반 팀 순위 최하위로 추락
김문환 등 대규모 선수 영입 승부수
황선홍 감독 4-4-2 포메이션 도입
스플릿 4승 1무로 최종 순위 ‘8위’
내년 시즌 핵심 선수들 이탈 막아야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 5월까지 단 2승, 1부 승격 이끈 사령탑 교체

올해 봄은 유독 대전하나에 혹독했다.

8년 만에 K리그1에 복귀한 지난해 잔류(8위)에 성공했고 올해는 본격적인 상위권 도약에 나선 대전하나였다.

하지만 막상 지난 3월 1일 시즌이 개막한 뒤 첫 승을 신고하기까지 정확히 1달 하고 1일(4월 2일 울산 HD FC 상대)이 걸렸다.

대전하나의 부진은 생각보다 길어져 K리그1 팀과 한 번씩 맞붙는 11경기 동안 2승 4무 5패로 고전했다. 팀 순위는 최하위로 추락했다.

성적으로 평가받는 프로의 냉혹함은 1부 진출을 이끈 사령탑에게도 여지없었다.

이민성 전 대전하나 감독은 지난 5월 21일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 사퇴했다.

그는 2021년부터 대전하나 감독으로 부임해 이듬해 K리그2에 있던 팀을 8년 만에 K리그1으로 승격시켰고 지난해 1부 생존까지 책임졌다.

이민성 전 감독이 떠난 대전하나는 한동안 정광석 수석코치의 감독 대행 체제로 경기를 치러야 했다.

어수산한 분위기 속에 팀의 시즌 세 번째 승리는 지난 6월 2일 대구전, 개막 후 3개월 만에 나왔다.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이 지난 6월 3일 선임됐다. 대전하나시티즌 제공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이 지난 6월 3일 선임됐다. 대전하나시티즌 제공

◆ 돌아온 초대 감독과 선수 광폭 영입 승부수

전신인 대전시티즌 때부터 2015년 이후 8년 만, 기업구단으로 전환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1부 리그에 진출한 지난해의 대전하나.

2년 만에 다시 2부 리그로 추락하는 것은 축구특별시 대전, K리그 메인스폰서인 모그룹 입장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대전하나는 리그가 중반을 향해 가는 지난 6월부터 변화에 돌입했다.

우선 비어 있는 사령탑 자리에 대전하나의 초대 감독이자 U-23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승을 이끌었던 황선홍을 다시 앉혔다.

일각에선 올초 국대 감독으로서 40년 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 탈락이란 오명을 남긴 장본인이라고 반기지 않았지만, 최하위의 대전하나 입장에선 K리그 우승 등 그의 풍부한 지도자 경험으로 속히 팀을 안정시켜야 했다.

대전하나는 감독뿐만 아니라 대대적인 선수 보강에도 나섰다. 지난 6월 20일 여름 이적시장이 열리자마자 카타르 리그에서 뛰던 국가대표 측면 수비수 김문환을 데려오더니, 시장 종료까지 무려 10명을 폭풍 영입했다. △공격수 천성훈, 최건주, 박정인 △미드필더 마사, 밥신, 김현욱, 켈빈, 김민우 △수비수 김문환, 이상민 등 K리그1~2를 통틀어 가장 많은 영입 규모였다.

 

대전하나시티즌 마사가 포효하고 있다.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시즌 중반 합류한 마사는 15경기에 출전해 6득점 3도움으로 팀 내 최다 득점자에 올랐다. 대전하나시티즌 제공

◆ 반격의 서막, 황선홍 표 강한 압박 통했다

감독도 바뀌고 선수도 대거 새로 합류하다 보니 조직력을 갖추는 시간이 필요했다.

실제 여름 이적시장이 한창이던 지난 7월 대전하나는 3무 2패로 시즌 초반의 무기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대전하나의 반격은 8월부터 시작됐다. 기존 선수와 신규 선수가 황선홍 호 안에서 진정한 한 팀으로 거듭난 것이다.

대전하나는 지난 8월 10일 수원FC를 2대1로 누른 것을 기점으로 이달 2승 1무, 9월 2승 1무 1패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특히 4승 1무로 연승을 달렸던 8월 10일~9월 14일 5경기에선 매경기 2골 이상 득점을 터트리며 공격 축구의 부활을 알렸다.

황선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대전하나에 녹인 새 전술이 효과를 봤다.

대전하나는 지난 9월 1일 2대0으로 승리한 광주FC전부터 4-4-2 포메이션의 최전방 2자리에 모두 전통 스트라이커가 아닌 미드필더를 기용했다.

미드필더 4명까지 총 6명이 강한 압박에 들어가 높은 진영에서 공을 탈취하고 빠른 역습을 전개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렇게 당시 광주전에서 경기 시작(0분)과 함께 미드필더 윤도영의 득점이 터졌고, 3대2로 이긴 같은달 14일 서울FC전에선 전반 3분 만에 공격수 자리로 나선 마사가 골망을 흔들었다.


◆ 죽음의 매치 주인공 ‘대전’, 스플릿 4승 1무 파죽지세

총 38라운드로 구성된 K리그1은 각 팀이 3차례씩 상대하는 33경기로 상·하위 스플릿 6개팀을 나누고, 이후 각 스플릿 팀끼리 1경기씩 더 맞붙어 최종 순위를 결정한다.

대전하나의 기세는 순위 결정전인 마지막 5경기, 하위 스플릿에 들어서며 더욱 매서웠다. 하위스플릿은 사실상 10~12위 강등권을 정하는 죽음의 매치인데, 대전하나는 시즌 초반부터 누적된 패배로 11위부터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대전하나는 스플릿 첫 일정으로 지난달 19일 전북 현대 모터스를 2대0으로 잡더니, 같은달 27일 대구FC도 1대0으로 이겼다.

강등권 탈출을 놓고 경쟁하던 두 팀을 내리 꺾으며 대전하나가 잔류권인 9위로 진입한 것이다.

이후 대전하나는 이달 2일 광주FC와 0대0 무승부를 거둔 뒤, 10일 인천유나이티드를 2대1로 제압하며 1부 잔류를 확정지었다.

나아가 시즌 마지막 경기인 24일 제주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도 2대1로 승리하며 최종 순위를 8위까지 끌어올렸다.

지난 7월 초부터 팀에 합류한 ‘돌아온’ 마사, 그와 함께 최전방 투톱에 선 김준범이 각각 3골과 2골을 기록하며 대전하나의 잔류를 이끌었다.

또 수문장 이창근를 필두로 수비진도 5경기 중 3경기를 무실점(클린시트)로 틀어막으며 팀의 1부 생존에 기여했다.

 

대전하나시티즌은 지난 1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유나이티드FC와의 K리그1 37라운드 경기에서 2대1로 승리했다. 대전하나시티즌 제공

◆ K리그1 3년차 맞는 내년, 주전 잡아야 상위권 간다

결과적으로 대전하나의 황선홍 감독 선임과 여름 이적시장을 통한 과감한 선수 영입은 제대로 효과를 냈다.

황선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난 6월 15일부터 대전하나는 9승 7무 6패로 이기는 경기가 더 많았다.

13경기 중 단 2번 밖에 이기지 못했던 이민성 전 감독 때를 감안하면 말 그대로 대성공이다.

시즌 중반부터 합류한 선수들도 맹활약했는데, 특히 마사는 15경기에 출전해 6골 3도움으로 팀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또 마찬가지로 이적시장으로 대전하나의 유니폼을 입은 밥신이 미드필더로서 중원을 안정적으로 책임졌고 최건주가 측면 미드필더의 한 자리를 꿰찼다.

과감한 투자로 잔류에 성공한 대전하나는 이제 내년 K리그1 3년차를 맞는다.

내년 대전하나가 하위권을 넘어 상위권으로 도약하려면 무엇보다 올 시즌 자리를 잡은 주축 선수를 전력에서 지켜야 한다.

올 시즌만 보더라도 지난해 활약한 리그 득점왕 티아고, 유망주 전병관, 왼발 플레이메이커 이진현, 주장 겸 중앙수비수 조유민 등 주전이 대거 이탈하며 초반 팀 조직력이 흔들렸고 이는 최하위 추락으로 이어졌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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