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디지털 교과서 사용 현장 직접 가보니

18일 직접 방문한 대전의 한 초등학교 수업 현장. 한 학생이 스마트 기기 네트워크 연결이 되지 않아 답답해 하고 있다. 사진=조정민 기자
18일 직접 방문한 대전의 한 초등학교 수업 현장. 한 학생이 스마트 기기 네트워크 연결이 되지 않아 답답해 하고 있다. 사진=조정민 기자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사용 중인 스마트 기기. 네이버 웹툰에 손쉽게 접속할 수 있다. 사진=조정민 기자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사용 중인 스마트 기기. 네이버 웹툰에 손쉽게 접속할 수 있다. 사진=조정민 기자

[충청투데이 조정민 기자] “어플 설치까지는 못하지만 웹사이트를 통해 검색하면 얼마든지 학습 외 활동이 가능해요. AI교과서가 도입되면 이런 것도 제지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습니다.”

18일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만난 24년차 교사 김 모 씨는 이렇게 말했다.

내년 3월부터 디지털 교과서가 전면 도입될 예정이나 이미 스마트 기기가 학습 보조 도구로 쓰이는 현재도 각종 부작용이 발생해 비판이 계속되고 있었다.

실제 기자가 해당 학교에서 스마트 기기를 직접 사용해본 결과, 웹사이트 검색을 통해 웹툰, 유튜브 등의 콘텐츠를 손쉽게 시청할 수 있었다.

교사 김 씨는 스마트 기기 활용에 보다 익숙한 중·고등학생의 경우 학습 외 사용이 더 빈번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고등학생 학부모이기도 한 그는 “아이 이야기를 들어보면 유튜브, 웹툰은 물론 SNS까지도 접속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더라”라며 “수업 집중력 저해 문제는 이미 시작됐고 앞으로 더 심해지기만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방문한 서구의 또 다른 초등학교 수업 현장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됐다.

이날 6학년 수업에는 학습 보조도구로 스마트 기기를 사용해 세계 지도 검색, 활용하는 과정이 진행됐다.

문제는 20명 내외의 학생들이 웹사이트에 접속해 지도를 검색하면서부터 드러났다.

개인별 학습 시간이 주어진 뒤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2~3명의 아이들이 교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18일 방문한 대전의 한 초등학교 수업 현장은 네트워크 연결이 불안정해 학생마다 활동 속도에 차이를 보였다. 사진=조정민 기자
18일 방문한 대전의 한 초등학교 수업 현장은 네트워크 연결이 불안정해 학생마다 활동 속도에 차이를 보였다. 사진=조정민 기자

네트워크 연결이 불안정해 검색이 안 된다거나, QR 접속 방법을 모르겠다거나, 화면이 뜨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도움을 청한 학생마다 개별적 확인이 필요하다보니 교사를 기다리던 몇몇 학생은 이내 옆자리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결국 이날 수업 시간 내 활동을 미처 끝내지 못한 학생이 발생했다.

21년차 교무부장 A씨는 매 수업마다 이 같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한 번에 30명 가까이 되는 학생이 접속을 하다 보니 매번 네트워크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 인프라조차 온전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활동 속도에 차이가 나기 시작하면 빨리 끝난 학생도, 느린 학생도 결국 모두 집중력을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현장 교사들은 디지털 교과서 선정 과정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현재 각 학교별 종이교과서는 선정된 상태지만 디지털 교과서는 내달 말에야 최종 선정된다.

종이 교과서와 디지털 교과서의 출판사가 다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교사 A씨는 “내년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돼도 종이 교과서와 함께 활용될 텐데, 두 교재의 출판사가 다를 경우 매끄러운 연계가 가능할지 우려된다”며 “현장 상황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졸속 추진이다. 동료 교사들 사이에서도 혼란만 가득하다”고 비판했다.

조정민 기자 jeongmi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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