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호남 6개 광역자치단체가 제2중앙경찰학교 후보지로 전북 남원을 지지하자 충남도가 불쾌감을 드러낸 건 인지상정이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어제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원에 제2중앙경찰학교를 유치하려는 노력은 이해하지만, 동서 화합과 지역균형발전을 주장하면서 영호남이 공동으로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 지사는 "제2중앙경찰학교 입지는 경찰행정 집적화와 교육 대상자 편의 등 여러 부분을 고려해 선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목조목 옳은 말이다.
경찰청은 최근 제2중앙경찰학교 후보지로 충남 아산과 예산, 전북 남원 등 3곳을 선정한 바 있다. 그러자 경남·북과 전남·북, 광주, 대구 등 6개 시도지사와 시장들이 제2중앙경찰학교는 전북 남원에 들어서야한다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나섰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제2중앙경찰학교 남원 유치는 대구-광주 달빛철도와 함께 영호남 상생 발전과 동서 화합, 국가 균형발전의 모범적 사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2중앙경찰학교와 동서 화합이 과연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러다 제2중앙경찰학교 입지가 정치적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후보지 인근 지자체장들이 얼마든지 목소리를 낼 수는 있지만 그것이 후보지 선정에 영향력을 미쳐서는 곤란하다. 김 지사는 "충청권 행정협의회에서 공동 입장문을 생각하고 있다"며 맞불을 시사했다. 영호남이 공동대응 하는데 충청이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세 대결 양상은 또 다른 갈등을 불러올 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터다.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 시 연간 300억원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노른자를 유치하고자 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서 전국 47개 지자체가 응모 하지 않았나. 제2중앙경찰학교는 다음 달 최종 입지 선정을 앞두고 있다. 1차 공모를 통과한 아산, 예산, 남원이 선의의 경쟁을 펼쳐주길 바란다. 경찰청 부지선정위원회의 역할을 주목하고자 한다. 오로지 경찰행정의 효율성 등 매뉴얼에 입각해 후보지를 선정하면 뒤탈이 없을 줄 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