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학생 학습권에 부정적 영향 우려” 안건 부결
창단만 기다렸던 학생들 진로 걱정해야 하는 처지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천안지역 검도계의 숙원인 고등학교 운동부 창단이 최근 무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와 교육청이 내부 검토 끝에 승인한 사안을 학교 운영위원회가 부결시키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장 학생들은 진로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14일 천안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천안 불당동의 A 고등학교 운영위원회는 최근 열린 회의에서 ‘2025학년도 학교 운동부(검도) 창단 계획(안)’을 부결시켰다. 전체 14명의 위원 중 기권을 제외한 12명이 반대 의사를 냈다.
가뜩이나 학생수가 1200명을 넘는 과밀학교인데 특기생을 받아서 별도로 체력단련장 등을 지원하면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반대의 주된 이유였다. 교육과정 수립과 운영 등에 대한 안건이 운영위에서 부결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학교 측에서 “다른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하겠다”, “검도부가 학교 체육관을 이용하게 되더라도 정규 수업 이후인 저녁 시간이 될 것”이라는 내용으로 설득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앞서 교육당국과 검도 협회, 학부모들은 올 초부터 지역 내 고등학교 검도부 창단에 심혈을 기울였다. 검도 종목의 경우 중학교까지는 운동부가 있어도 정작 고등학교는 없어 타지로 떠나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충남에서는 아산용화고가 유일하게 검도부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지역 내 여러 학교들에 운동부 창단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A 고교가 대상으로 떠올랐다.
A 고는 현재 지역에서 운동부가 없는 2개 학교 중 한 곳이다. 접근성이 좋고 검도라는 스포츠의 이미지가 학교와도 맞을 것 같았다는 게 교육당국의 판단이었다고 한다. 학교 측 설득 작업에는 이병도 천안교육장이 직접 나설 정도였다.
그렇게 학교 관계자들을 설득한 교육당국은 내년도 고입 배정을 위한 물밑 작업까지 병행했다. 체육특기자 전형에 A 고의 신규 검도부 입학 정원으로 5명을 배정했고, 관련 위원회의 심의까지 통과됐다.
그러나 최종 관문인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부결되며 검도부 창단이 무산, 학생들은 갈 곳을 잃게 됐다. A 고 창단을 염두에 둔 영향인지 아산용화고도 내년도 검도부 정원을 3명만 신청해서다.
신경식 천안시검도협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너무 당혹스럽다. 아이들은 지금 공중에 떠서 갈팡질팡하고 있다”면서 “인근 아산의 용화고는 물론이고 다른 지역도 특기자 정원이 마감을 한 상태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은 일반고로 진학해서 개인 학생 선수로 운동을 하거나 아니면 진학 후 운동부가 있는 다른 지역 학교로 전학을 가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며 “저희 입장에서는 학생들이 흩어지지 않고 계속 진로활동을 검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