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거나 담배연기·습기에 오작동
소방대원들 신고 접수땐 무조건 출동
실제 화재났을 때 초기대처 늦을수도

최근 5년간 자동화재속보설비 화재 감지로 인한 실 출동 건수 / 실 화재 건수. 그래픽=김연아 기자. 
최근 5년간 자동화재속보설비 화재 감지로 인한 실 출동 건수 / 실 화재 건수. 그래픽=김연아 기자.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최근 5년간 충청권에서 자동화재속보설비(이하 속보기)에 화재가 감지돼 출동한 건수가 2만 여건에 이르지만 그중 실 화재는 단 26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신속한 화재 감지를 위해 속보기가 설치됐지만 오작동이 매우 빈번해 이대로 방치한다면 소방력 낭비와 함께 시민들의 안전불감증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충청권 4개 시·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9월)까지 속보기 화재 감지로 인한 실 출동 건수는 총 2만 7019건이다.

그중 실제 화재는 26건으로 나타났는데, 세종과 충남에서는 속보기로 접수된 신고 건수 중 실 화재는 단 1건도 없었다.

소방 대원들은 1%도 되지 않는 혹시 모를 화재에 대해서 수만번의 출동을 나간 것이다.

속보기 작동으로 인한 신고현황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0년 2143건 △2021년 2235건 △2022년 8196건 △2023년 8259건 △2024년(9월) 6186건으로 지속해서 상승 곡선을 그린다.

대전의 경우 2024년 8월까지 집계된 자료를 활용했으며 충남은 2021년 하반기에 관련 팀이 운영돼 2022년 자료부터 제공됐다.

속보기란 화재감지기가 연기나 열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화재 경보를 울림과 동시에 119에 신고를 해주는 소방시설이다.

화재를 신속하게 감지해 큰 피해가 일어나기 전 재빠르게 신고를 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잦은 오작동으로 인한 단점 역시 갖고 있다.

속보기는 주로 열 감지기와 연기 감지기로 구분되는데 이 방식 때문에 담배 연기나 요리 중 발생하는 연기, 센서에 쌓인 먼지 등이 오작동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또 습한 날씨나 외부 공기 유입, 저가 경보기 설치, 장비 노후화 등도 오작동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속보기로 신고가 접수되면 소방 대원들은 무조건 출동해 현장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 오작동 신고로 하루에도 몇 번씩 오인 출동해야 하는 대원들의 피로도는 가중되고 있는 상황. 정작 화재가 났을 때 초기 대처가 늦어지는 등 소방력 공백을 초래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소방 관계자는 "속보기로 신고가 접수됐다고 해서 오인인지 실 화재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항상 실제상황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출동하고 있다"며 "하지만 오작동으로 인한 신고가 너무 많아 피로도가 쌓여가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시민들의 화재 경보 불신 등 안전불감증을 더욱 초래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고왕열 우송정보대학 재난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속보기의 잦은 오작동 문제는 소방 자원 낭비 뿐 아니라 시민들이 경보에 대한 신뢰를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 문제"라며 "현재로서는 적절한 감지기 종류를 현장 여건에 맞게 설치하고 주기적 점검과 교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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