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신이 투숙하던 여관에 불을 내 3명을 숨지게 한 혐의(현주건조물방화치사)를 받는 40대가 23일 구속됐다. 피의자는 지난 21일 오전 1시40분께 자신이 묵던 청주시 남주동의 한 여관에 불을 질러 50~80대 여관 투숙객 3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숨진 3명은 피의자와 특별한 친분은 없었던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주말을 맞아 곤히 잠들었을 투숙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참변을 당하고 말았다. 사망자 모두 일용직 노동자라고 한다. 참으로 안타깝기 짝이 없다.
피의자는 여관 주인과 투숙비 문제로 다투고 퇴거 한 후 다시 돌아와 1층 카운터와 2층 복도에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불은 여관 1층 출입문 부근에서 시작돼 삽시간에 건물 위층으로 번졌다. 여관 주인과 다투는 과정에서 화가 났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고의적으로 불을 낸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가연성 물질이 많은 곳에 불을 붙이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누구나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묻지마 범죄’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여관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아 불이 더 빨리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여관은 지난 1985년에 사용승인이 나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스프링클러가 없는 숙박시설이 전국에 수두룩하다. 지난달 22일 화재가 발생해 7명의 사망자와 12명의 부상자는 낸 부천 중동의 한 호텔 또한 스프링클러가 없어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2년 12월부터 300㎡ 이상 모든 숙박시설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소방기준이 강화됐지만 소급적용은 되지 않는다. 정부지원 등을 통한 스프링클러 시설 확충이 긴요하다.
청주여관 방화 사건은 일종의 분노범죄에 속한다. 분노범죄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범하는 경우가 많아 인명피해가 크다. 심각한 건 선량한 시민들이 부지불식간에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강력한 법 집행과 동시에 생명존중 등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