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규 대전 대덕구청장
9월10일은‘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생명의 소중함과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책 마련을 위해 지난 2003년 제정했다.
필자가 대덕구청장 취임 이후 공직자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 하나 있다.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생활고, 고립감과 우울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사회적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세심한 보살핌과 안전장치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의 2022년말 기준 자살률은 평균 11. 1명이다. 그중 우리나라는 같은 해 자살률은 25.2명으로 OECD 평균 자살률 보다 2.27배 높고, 근 20년 가까이‘자살률 1위 국가’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전시의 자살률은 25.7명으로 전국 평균을 약간 웃돌고 있다.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국민들이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우리 사회의 과도한 경쟁, 성과 우선주의 등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지만, 이는 단번에 바꿀 수 없는 만큼 사람을 중히 여기는 사회로 다시 회귀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단계적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범위를 좁혀 개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원인은 세대를 막론하고 절망감이다. 젊은이든 노인이든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자살을 생각한다. 바로 이때 주변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작은 관심만으로도 극단적 선택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확고한 신념이다.
민선8기 대덕구는 복지환경 구축과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집중관리, 돌봄 확대 등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는 우선 대전 자치구 최초로 도입한 1인 가구 모바일 안심케어 서비스가 있다. 경제 상황이나 신체 건강의 어려움과 함께 정신 건강도 매우 취약한 독거노인의 상황을 고려해 모바일 맞춤형 안부 확인 서비스를 도입·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전국 최초의 어르신 돌봄 놀이터인‘노슈’, 방문의료지원센터 조성·운영, 사회적 돌봄 책임 강화 정책들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자살 예방과 생명존중문화 확산을 위한 맞춤형 정신건강증진사업도 기획·운영하고 있다. 병원 내원 환자 중 자살 고위험군 발굴·의뢰 연계시스템 ‘동네의원 마음이음사업’, 자살취약지역 안전조성사업, 정신건강증진 및 자살예방교육, 생애주기별 정신건강증진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신규사업으로 편의점을 활용한 생활밀착형 마음건강 캠페인‘마음이 중요한 편의점’, 심리상담 서비스 바우처 지원 등도 시행하고 있다.
복지 영역에서 공공의 역할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지금, 필자는 구민들의 복지 증진과 생명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하지만 공공의 영역에서 모든 복지 수요를 감당하기란 불가능하다. 주민의 자발적인‘참여’로부터 희망을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주민 스스로가 마을의 이웃을 돌보는 정감 넘치는 마을공동체를 구축해 나간다면 힘든 상황에 놓인 이들이 희망을 버리는 일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확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