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훈 대전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 위원장
전세사기특별법이 개정을 앞둔 상황에서 과연 전세사기에 대한 금융권의 책임이 없는가 합리적 의문을 갖게 된다. 이전부터 필자는 피해자들과 함께 대전의 피해는 2금융권의 무분별한 대출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대인에게 대출을 실행해 준 금융사는 임대인의 변제능력을 담보물의 가치로만 판단한다. 즉, 임대인의 신용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대출금액은 곧 담보물건의 경매를 통해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실행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사기범은 감평사를 통해 건물의 가치를 부풀려 감정하고 부풀려진 건물의 가치를 기준으로 금융사는 대출을 실행한다. 즉, 원래의 가능 금액보다 높은 대출이 가능해진다. 이 상황만 본다면 금융사도 결국 속아 피해를 보았다고 볼 수 있으나 선순위 채권자인 금융사의 피해는 대부분 발생하지 않는다. 경매 진행 시 선순위 근저당 금액 이하로 낙찰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후순위 임차인들만 피해를 보는 상황인 셈이다. 혹자는 선순위 근저당이 있는 주택에 전세 계약을 한 것부터 문제라고 하지만 근저당 없는 건물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부풀려진 감정가로 대출을 실행해 준 것 외에 직원과의 결탁해 동일인 대출한도를 초과하여 대출을 실행해 준 경우도 많다. 무분별한 대출에 대한 금융권의 책임 중 법에 따른 제재를 통해 물을 수 있는 것은 내부 직원의 결탁으로 인한 비위행위 정도다. 하지만 비위행위가 적발된다고 하여도 대출에 대한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
금융사는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전세사기 연루 의혹과 밝혀진 실사례들로 인해 무엇을 잃고 있는지 곰곰이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 금융은 신뢰를 바탕으로 사업을 성장시켜야 한다. 단기 이익을 위해 무리한 대출을 실행시킨 대가는 지속 성장에 절대적 악재인 불신이란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국토부의 전세사기 피해주택 근저당에 대한 200여 개의 표본 조사결과, 전체 대출금액의 25% 이상이 새마을금고에서 이뤄졌고 신용협동조합 23%, 농업협동조합 15% 순으로 나타났다. 대전의 사례는 더욱 극단적이다. 대전전세사기피해대책위 자체 조사결과 251채(1961억) 중 90%(1772억)가 새마을금고 대출 건이었다. 피해자들이 지속해서 새마을금고와 2금융권에 원금배당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는 사기범죄에 수단이었던 피해주택에 대해 이자징수만큼은 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지난 8월 14일 조국혁신당의 황운하 원내대표의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특별법 개정안’ 법안 발의가 있었다. 은행의 특정 지점, 지역 금고가 임차보증금반환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임대인에게 과도한 대출을 진행한 경우, 전세사기피해주택 환가대금에서 선순위 채권자인 은행보다 우선하여 후순위 채권자(임차인)이 보증금을 변제받을 수 있는 내용이다.
피해자들은 해당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법안의 통과와 시행까지 시일이 걸리는 만큼 피해주택의 경매가 목전인 상황에서 금융권이 자발적 참여가 더욱 절실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