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못 따라오는 안전대책]
시민들 “불날까봐 겁나” 전기차 포비아 조짐
주민 갈등 우려속 충전시설 지상 이전 목소리
인근 아파트 5곳 중 질식 소화포 구비 1곳 뿐
정작 주민들은 사용법·배치 여부 등 잘 몰라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전기차가 충전돼 있으면 괜히 한 번 더 보게 돼요. 전기차 차주가 무슨 잘못이 있겠냐마는 아무래도 걱정되는 건 사실이죠”
지난 1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의 여파가 충청권까지 번진 분위기다.
12일 오전 대전 서구와 유성구 일대 아파트 전기차 충전 구역을 돌며 시민 의견을 청취해 본 결과, 시민 대부분은 최근 발생한 전기차 대형 화재 사고와 관련해 같은 사고를 겪지는 않을까 근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시민들은 전기차 관련 주민 간의 갈등을 우려하면서도 잇따라 발생한 화재 사고에 충전 시설을 지상으로 옮겨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성구 상대동 한 아파트에서 만난 시민 강기일(49) 씨는 “전기차 충전 시설을 지상으로 옮기는 것도 결국 공동 관리비가 사용될 텐데, 주민들 사이에 불만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나”며 “정부에서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정책을 서둘러 발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대로라면 주민 간 불화만 심화할 것”이라며 의견을 내비쳤다.
또 다른 시민 갈모(79) 씨는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를 뉴스로 목격한 뒤 전기차 근처 주차를 꺼리게 됐다고 전했다.
갈 씨는 “요즘 신축 아파트는 지상에 주차장을 만들지 않는 추세인데, 전기차 화재 사고가 계속 발생한 만큼 공간을 새로 만들어서라도 지상으로 옮겨야 하지 않겠나”며 “이러다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 수 있겠나. 위험한 것보단 불편한 게 낫다”고 말했다.
이날 도안지구 내 아파트 5곳을 둘러보니 주로 분말 소화기만 설치돼 있을 뿐, 전기차 화재 진압 장비인 질식 소화포 등이 구비된 곳은 단 1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주민들은 사용 방법에 대해 모르거나 설치돼 있다는 것 자체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밖에 전기차 충전 시설과 일반 차량 주차 구역의 구분이 바닥면 색상 차이 외에 따로 없어 차량 화재 발생 시 불이 쉽게 번질 우려도 있어 보였다.
전기차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한편 전기차 소유주들의 불만이 담긴 의견도 나온다.
전기차로 택시를 운용 중인 한모(67) 씨는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간혹 전기차 충전 ‘위험하다’, ‘무섭다’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괜히 뜨끔하게 된다”며 “죄지은 것도 없는데 왜 눈치를 봐야 하나. 내연기관 차도 주차 중 화재 발생 위험이 있는 건 똑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