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드로잉 프로그램 참여 작가 3인 인터뷰
한은선, 관람객과 퍼포먼스 통해 에너지 주고받아
로저페랄라, 대장간 공예 속 다양한 시각 담아내
에밀리오 세레조, 보고 느끼는대로 작품 방식 추구
[충청투데이 조정민 기자] 올 여름을 뜨겁게 달굴 ‘K-아트페어’가 한국의 심장 대전의 대전컨벤션센터 제2전시장에서 오는 14~18일 개막한다. 충청투데이 주최 ‘K-아트페어 대전(이하 디카프)’는 전국에서는 서울과 부산에 이어 중부권에선 최초로 열리는 대형 미술전시회다. 전국 유명 갤러리들이 총집합해 고퀄리티 작품만 전시, 판매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현장에서 관람객들에게 예술적 표현을 보다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현장 드로잉’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충청투데이는 디카프에서 선보일 현장 드로잉 프로그램 참여 작가 세 명을 만나 그들의 예술관을 미리 들여다봤다.
한은선 (아리엘)
배우 겸 화가로 활약 중인 한은선(아리엘) 작가는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이름을 알린 후, 예술가로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최근 개인전에서는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대중들에게 그녀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배우로도 활동한 이력이 있다. 화가로서의 작업에 이 경험이 어떤 영향을 주는가.
"작품 영감은 무의식적으로 끄적이는 낙서에서 가장 많이 피어오른다. 배우와 작가 활동은 긴밀한 듯 멀다고 말할 수 있다. 둘다 몰입을 통한 창작을 하지만 그 결이 다르다. 지금은 배우활동을 쉬고 작가활동에 전념하고 있는데, 배우 활동을 통해 사람에 대해 깊이 집중하게 됐고, 이는 무의식과 전의식을 채우며 그림 작업에 영향을 미친 듯하다."
-낙서드로잉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둔 포인트가 있다면.
"‘낙서 위의 그림’은 작가가 일방적으로 그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아닌 관람객이 함께 참여하는 퍼포먼스다. 어린아이들부터 90세 어르신들까지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관람객들이 남긴 끄적임들이 쌓여 에너지를 만들고, 이 에너지에 영감을 받아 작가의 작품으로 치환되는 특별한 라이브 전시를 통해 예술적 연대감을 함께 느껴줬으면 한다."
-낙서드로잉은 일반적인 드로잉과는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한 작가가 생각하는 낙서드로잉의 매력은.
"낙서라는 단어가 주는 소소하고 장난스러운 어감 때문에 실제 낙서가 가진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본능적인 예술적 가치는 가려지는 것 같다. 낙서의 예술적 가치에 좀 더 집중해보면 낙서가 가진 회화적 요소가 분명 드러난다. ‘그래피티’를 대부분 쉽게 떠올리곤 하는데, 이번 낙서드로잉 프로그램에는 ‘오일파스텔’을 활용해 회화적 에너지가 더 잘 느껴지도록 작업하게 될 듯하다."
-이번 디카프 참가 소감과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대전은 아버지의 고향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도 매우 기쁜 경험이다. 지난해 다른 아트페어에 참가했을 때, 관람객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인상 깊었는데 이번에도 대전의 많은 분들과 낙서의 예술적 가치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
로저페랄라(RogerFerralla)
바르셀로나 출신 독학 예술가 로저페랄라(RogerFerralla)는 철의 가소성과 재사용 가능성에 매료돼 대장간 공예에 집중한다. 다다이즘, 입체파, 재활용 등에 영향을 받아 조각, 설치물, 기능성 오브제를 제작하며 독창적인 시각과 스타일을 구축했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유기적 형태와 비판적 사고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그는 전 세계 다양한 전시회에서 인정받고 있다.
- 각국의 수많은 심포지엄에 참여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한민국의 디카프 참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한국처럼 흥미로운 나라와 문화적 교류를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갤러리 오너와 새로운 예술적 비전을 만날 수 있는 찬스이기도 하다. 나의 작품도 세계에 알리고, 도시와 국가의 새로운 조형예술 프로젝트를 활성화하는 훌륭한 쇼케이스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참가하게 됐다."
- 대전에서의 작업 소감은 어떤지. 이번 디카프 경험이 국제 예술 교류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이라 보는지.
"세계의 나라를 여행하며 겪는 경험은 작가이자 사람으로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다. 특히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라 더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행사가 기다려진다. 디카프를 통해 새로운 프로젝트, 갤러리 오너, 컬렉터와의 만남 그리고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 주로 철을 이용한 조각 작품이 많다. 이번 현장 드로잉 프로그램에서는 어떤 퍼포먼스를 선보일 계획인지.
"다양한 재료로 볼륨감 있는 조각 작품을 구현한 작업이 많지만, 이들은 모두 종이의 캔버스 속 스케치와 드로잉으로 시작됐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이 부분이 강조될 것 같다. 관람객들 역시 작품을 관찰하고 분석할 때 이 부분에 집중해줬으면 한다."
- 비판적 시각과 복잡한 미학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이런 요소는 어떻게 표현하고, 관람객들이 느낄 수 있을지.
"나의 예술작품 대부분은 비판적이고 범법적이며 감정, 이상, 경험을 표현하는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뻗어나가는 시각이기에 관람객 역시 작품을 관찰하고 분석할 때 이 감정을 함께 느끼고 인식해준다면 그 자체로 성공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에밀리오 세레조(Emilio Cerezo Rosa)
스페인 토타나 출신의 화가 에밀리오 세레조(Emilio Cerezo Rosa)는 표현주의 구상 회화에서 단색 추상 회화에 이르는 다양한 작품 세계를 탐구해왔다.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 여러 국가에서 벽화 작업과 전시회를 통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색채의 강렬한 표현으로 관람객에게 깊은 감각적 인상을 전달한다. 최근에는 구상 및 단색 추상 회화의 두 가지 회화적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 관람객과 소통을 앞두고 있는데 특별히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지.
"내 작업은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그 과정을 중요시 한다는 특징이 있다. 최종적인 작품 결과는 그 과정에서 일어난 우연과 결정의 결합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보는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른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작업을 추구하고 있다. 한국 관람객들에게도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보다는 보이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감상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다. 서로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브라질 등 다양한 국가에서 벽화 그리기 이벤트와 전시에 참여해 온 점도 이색적이다.
"나라별 공공장소에서 작업할 때의 경험은 특히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벽의 크기와 관계없이 주변 환경에 잘 어울릴 수 있는 작품으로 완성되도록 집중한다. 색상이나 구도, 공간에 대한 전반적 시각이 필요한 작업이기도 하다."
-현장 드로잉은 즉흥성, 참여도가 중요한 요소다. 대한민국 대전에서 작업하게 됐는데 관람객들이 어떤 경험을 하길 바라는지.
"즉흥성은 상황에 따라 그 비중이 크거나 작아질 수 있지만 그 조차 작업의 일부라 생각한다. 하나의 프레임 안에서 그림을 그리는 경험은 처음이라 더욱 특별한 도전이 될 것 같다. 그림은 국가와 관계없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라 생각한다. 디카프를 통해 관람객들이 어떤 감정이든 무언가 마음속에 느껴진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디카프 참가 소감과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다양한 국가에서 벽화와 전시회를 경험했지만 이번 한국에서의 참여는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스튜디오 작업과 비슷한 접근법을 활용해 관람객과 소통하는 데에 집중하고자 한다."
조정민 기자 jeongmin@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