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춘희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
전국노래자랑은 1980년 첫 방송 후,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한민국 대표 방송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노래 실력을 겨루는 것에 그치치 않고, 전국 팔도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인생사가 담겨있기에 필자 역시 특별한 일이 없는 일요일이면 TV 앞에 앉게 된다.
얼마 전 화순편에서는 102세 할머니가 무대에 올라 찔레꽃을 열창했다. 간혹 박자를 놓치기는 했지만, 오히려 사회자 남희석씨가 반주자들의 박자를 지적하며 할머니의 노래 실력을 칭찬했다. 할머니의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훔치는 사회자와 ‘엄마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다.’는 관객도 카메라에 잡혔다.
‘음정이 맞고 박자가 잘 맞아야 감동을 주는 노래일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테마가 있고, 사연이 있어야 성공하는 축제일까?’라는 혼자만의 고민으로 이어졌다. 좋은 노래란 할머니의 노래처럼 음정, 박자보다 듣는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일 것이며, 좋은 축제는 참여하는 사람이 만족하는 축제라는 답으로 이어졌다.
뜨거운 여름, 대전문화재단은 대전 0시축제 공동 주관사로 그 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재단은 대전0시축제 홍보 및 참여자 만족도 제고를 위해 일주일 전부터 사전행사를 진행한다. 패밀리테마파크는 다가오는 3일부터 운영을 시작하며, 원도심 갤러리와 거리 곳곳에서는 각종 전시와 공연이 펼쳐진다. 특히 8월 4일에는 지역 출신 가수 쿠기를 비롯한 유명 힙합가수들이 출연한 힙합인영으로 청년층의 마음을 사로 잡을 예정이다. 대전역 지하철 갤러리에는 대전근현대사진전으로 중장년층의 추억을 상기시키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패밀리테마파크(옛충남도청) 야외에는 영국의 예술작품 루미나리움을 설치해 다양하고 신비로운 빛의 향연을 펼쳐진다. 루미나리움은 40여개국, 300만명 이상이 관람한 작품으로 자연광으로 만들어지는 색채의 아름다움을 통해 시각적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국내 최초 야간개장이라는 도전, 무료개장이라는 혜택은 관람객들의 흥미를 유발시키기에 충분하다.
기획전시실에는 공간을 가득 채운 우주영상과 볼풀장은 마치 우주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도록 미디어 아트로 조성되며, NASA에서 제공한 블랙홀 이미지와 MIT출신 박사들이 발견한 블랙홀 데이터를 활용해 우주의 진동과 파장을 구현한 이머시브 파노라마도 체험할 수 있다. 이외에도 참여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패밀리테마파크 내부에서 각종 체험부스와 공연, 이벤트 등이 끊임없이 진행된다.
대전은 특별히 유명한 장소나 음식 등이 많지 않다고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지역 곳곳에 숨은 맛집들이 있고, 구봉산, 계족산, 대청댐 등 아름다운 지역명소도 많은 지역이다. 특히 이번 대전0시축제를 위해 대전문화재단과 1800여명의 지역예술가들과 함께 만든 280여회의 공연과 프로그램들은 대전을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지난 해 110만명에 이어 200만명이 다녀갈 축제가 눈앞에 와 있다.
100년의 희노애락을 담은 할머니의 노래소리는 그 자체로 합격점을 받았다. 대전 0시 축제 역시 온 가족이 좋은 추억을 만들고,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찾고 싶은 축제가 된다면 그 자체로 성공인 행사로 기억되지 않을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꺼지지 않는 재미, 잠들지 않는 대전의 매력을 느껴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