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지 않는 사회]
[르포] 대전 서구 폐원 어린이집 가보니
올해 1~6월 대전 어린이집 59곳 폐업
만년동 어린이집 폐업 후 편의점 차려
저출산 심화로 어린이집 폐업 확산
임차 어린이집 종사자 어려움 토로

▲ 대전 서구의 한 폐원 어린이집. 어린이집 자리 일부에 편의점이 들어서 있다. 사진=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 대전 서구의 한 폐원 어린이집. 어린이집 자리 일부에 편의점이 들어서 있다. 사진=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대전 대덕구의 한 폐원 어린이집. 아동이 그린 것으로 보이는 그림이 얼룩으로 뒤덮여 있다. 사진=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대전 대덕구의 한 폐원 어린이집. 아동이 그린 것으로 보이는 그림이 얼룩으로 뒤덮여 있다. 사진=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16일 찾은 대전 서구 만년동의 한 아파트단지. 2층짜리 어린이집 건물 중 1층 일부를 편의점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 어린이집은 2005년부터 약 19년간 운영되다 지난 3월경 폐업했다.

이제 어린이집 간판은 지워졌지만 울타리 안쪽으로 남아 있는 야외 놀이터와 건물 2층에서 밖으로 이어지는 미끄럼틀이 개구쟁이 유아를 떠올리게 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지상과 지하를 오가는 계단에 가지런히 쌓인 아동 도서가 보였고, 벽지는 여러 아동이 즐겁게 뛰어노는 장면을 담고 있었다.

계단 칸칸에는 ‘용기 있는 어린이’, ‘용서하는 어린이’, ‘정직한 어린이’, ‘인사를 잘하는 어린이’ 등 아동을 위해 존재하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해당 어린이집의 과거 원장이자 이 건물의 소유주인 A씨는 "직원 월급도 주고 세금도 내기에는 애들이 없다"며 "휴원도 해봤는데 오히려 상황이 더 안 좋아져 입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편의시설로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1~6월 대전에서 폐업한 어린이집은 59곳. 이중 개인 가정에서 운영되던 어린이집을 제외해도 민간 6곳, 법인 2곳, 사회복지법인 1곳, 직장 1곳 등 10곳에 달한다.

이날 폐업한 어린이집을 5곳 방문해 보니 일부는 새로운 기능을 수행하는 제2의 공간으로 변해 있었다.

유성구 반석동의 한 어린이집은 지난 3월 폐업 후 노인요양시설로 탈바꿈했고, 같은달 문 닫은 대덕구 중리동의 어린이집도 지금은 교회의 기독교미션스쿨(CMS)로 활용되고 있다.

반면 여전히 새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폐원 어린이집도 있다.

대전 대덕구의 한 폐원 어린이집. 놀이기구가 이용되지 못하도록 하얀 끈으로 감싸 있다. 사진=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대전 대덕구의 한 폐원 어린이집. 놀이기구가 이용되지 못하도록 하얀 끈으로 감싸 있다. 사진=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같은날 폐원한 지 6개월이 지난 대덕구 읍내동의 한 어린이집을 방문했다.

정문이 굳게 닫혀 있었지만 간판이 그대로였고 곳곳에 어린이집이라고도 적혀 있어 폐업을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하지만 정문 뒤쪽으로 돌아가 보니 야외 놀이기구에는 하얀 끈이 덕지덕지 붙여 있어 이용을 제한하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또 아동이 그린 것으로 보이는 그림에는 언제부터 생겼는지 알기 어려운 얼룩이 뒤덮여 있어 한참이나 인적이 끊겼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어린이집 종사자들은 저출산에 따른 어린이집 폐원이 확산하는 가운데, 특히 임차로 공간을 확보한 시설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한다.

익명의 대전지역 어린이집 원장은 "원아가 너무 없어 접으려 해도 임대 계약기간 남아 있어 못 돌려받을 보증금을 생각하면 망설여진다"며 "자기 건물이면 어린이집 접고 다른 사람한테 임대하면 되지만 임차는 사정이 다르다"고 토로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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