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지 않는 사회]
2019년~2023년 전국 어린이집·유치원 176곳 장기요양시설로 전환 사례 늘어
적정 아동보육시설 유지 위해 통합 돌봄 필요… 공간 분리 후 상호 소통기회 넓혀야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저출산과 고령화로 어린이집이 있던 자리에 노인복지시설이 들어서는 가운데, 유아와 노인의 돌봄을 연계, 나아가 통합하는 시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제21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김영주 전 국회의원이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전국 어린이집과 유치원 194곳이 장기요양기관으로 전환했다.
충청권에선 충남 20곳(입소시설 11곳, 재가시설 9곳), 대전 9곳(입소 2곳, 재가 7곳), 충북 4곳(모두 재가), 세종 3곳(모두 입소) 등이다.
전국적으로 어린이집·유치원에서 장기요양기관으로 전환한 사례는 2014~2018년 5년간 16곳에서 2019~2023년 176건으로 폭증했다. 신생아는 줄고 노인은 느는 상황에서 형태가 유사한 노인시설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불가항력적인 현상이지만, 적정 수준의 영·유아 돌봄 시설은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 복지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특히 세대 통합, 아동의 건강한 성장,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두 돌봄 대상이 함께 어울리는 시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남옥화 대전민간어린이집연합회 회장은 "애가 없다고 어린이집을 다 죽이고 출산율이 회복되면 다시 세우고를 반복하면 안 된다"며 "어린이집의 빈 공간을 활용해 노인과 유아가 어울린다면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배나래 건양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유아는 노인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언어 발달, 공동체 의식을 기를 수 있다"며 "반대로 노인은 유아와 함께 하며 외로움 극복, 자아존중감 고취, 인지기능 자극을 통한 치매 예방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혜경 나사렛대 사회복지학부 노인전공 교수는 "아동도 노인도 살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돌봄의 세대 교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엄연히 다른 세대인 만큼 유아와 노인을 한 곳에 두는 기계적 통합은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혜미 대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돌봄이란 공통점이 있지만 노인과 아동의 돌봄은 차별화도 필요하다"며 "노인시설과 아동시설이 따로 있으면서 서로 소통하는 기회를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경아 우송정보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유아와 노인이 전용 공간으로 부분 분리 하면서도 함께 공용하는 공간을 둬 교류 프로그램을 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