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민·대전본사 교육문화부 기자
‘장한나의 대전그랜드페스티벌’에서 조명이 비춰져야 할 곳은 ‘장한나’가 아닌 ‘대전’이다.
행사 전 과정을 함께 달리는 감독은, 제 역할을 다 해낸 뒤 한 발짝 뒤에서 박수를 보냄에 의미가 있다.
지금 대전그랜드페스티벌은 시작도 전부터 ‘장한나’의 이름에 묻혀 주도권 없이 끌려 다니고 있다.
또 행사의 모티브가 된 평창대관령음악제, 통영국제음악제의 명성만 쫓아가기 바빠 본질을 잃고 표류하는 형국이다.
페스티벌 주최기관인 대전예술의전당은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 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대전예술의전당은 대전이라는 공간만 내어주고 ‘그들만의 축제’가 될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아직 대전그랜드페스티벌의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신진 예술인 발굴은 물론 지역 예술인을 위한 이렇다 할 콘텐츠는 없어 보인다.
이번 음악제 무대에 오르게 되는 출연진들은 이미 활동 중이나 아직 이름을 알리지 못한 아티스트, 해외에서 공부하다 국내로 들어온 연주가가 장한나 감독과 대전예당의 협의를 통해 섭외된다.
올 초 예고했던 공고를 통해 음악제 참여 예술인을 섭외하겠단 방식과는 달라진 부분이다.
지역 예술인을 위한 콘텐츠는 페스티벌 마지막 무대에 대전아트필하모닉과 대전예당 스프링페스티벌 신진예술가 부문에 선발됐던 아티스트가 장한나 감독의 지휘 아래 공연을 꾸미는 정도가 다다.
대전 청년 예술인을 대표하는 단체와 개인이 피날레 무대를 장식하는 점 자체를 비판하는 게 아니다.
차별화 된 콘텐츠 없이 기존 출연진을 재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부분이 과연 이 음악제의 목적성에 맞는지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올 초부터 대전예당은 대전그랜드페스티벌 기획을 예고하며 지역 예술인들이 세계로 나아갈 축제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목적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대전그랜드페스티벌 준비 과정을 보면 취지와 지역성은 사라진 채 명성만을 쫓아 차별성도, 정체성도 없이 흘러가고 있다.
취소를 고려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으나 당초 장한나 감독과의 기자회견을 대전이 아닌 서울에서 하겠다는 결정 또한 결국 같은 맥락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국제 음악제이니 만큼 전국 홍보를 통해 보다 많은 관객을 유치하고 싶은 의도라지만, 내실 없이 주객전도에 그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