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빠르고 치열하게 흘러가는 현대 사회 속 청춘들은 끊임없이 세상의 기대와 내 삶의 방향성 사이에서 쉼 없이 갈등한다. 청춘은 꿈과 열정으로 가득하지만, 동시에 방황과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대충 살아도 될까"의 ‘대충’은 ‘대전과 충청’의 줄임말이면서, 동시에 청춘들이 직면하고 있는 삶에 대한 질문도 담고 있다. 청춘들에게 충청은 지루하고 답답한 곳일까, 아니면 꿈을 키우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공간일까. 충청투데이는 충청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을 만나 문화, 교통, 일자리, 그리고 결혼까지 일상과 꿈,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청년층 이끌 콘텐츠 부족"]

청년들은 이곳이 사건사고와 자연재해가 적어 살기 좋기 때문에 붙여진 노잼 타이틀에 공감하면서도 볼거리, 즐길거리가 부족한 문화분야에선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청년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관광지 활용, 콘텐츠 개발 등이 필요한 이유다.

대학생 라요한(26) 씨는 "‘노잼’은 젊은 사람들이 만든 단어라 청년들이 충청에 재미를 느껴야 사라질 단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전에 살아보니 그렇게까지 재미없는 도시는 아니었지만, 확실히 젊은 사람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방문 요소가 적다고 느낀 편"이라고 되짚었다.

청년들이 수도권의 공연과 전시를 찾는 이유는 지역 내에서 문화생활의 순환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소비자는 많지만 공급이 적거나 느리다는 것.

대학생 최재웅(25) 씨는 "대전시의 과제는 문화인들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생산자와 소비자의 불균형으로 결국 참여율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성근(23) 씨는 "이 도시의 분위기를 바탕으로 클래식 등의 공연은 늘어나는 추세지만 청년들이 좋아하는 컨텐츠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이로 인해 문화적 기회와 청년 예술인 이탈 등 빨대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즐기는 영화, 뮤지컬, 연극에 대한 상반된 의견도 나왔다.

대학생 박서영(21) 씨와 세종시 직장인 한지우(29) 씨는 영화관람 환경에 대해서는 타 지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의견을 전한 반면 뮤지컬이나 연극 등 관객과 소통하는 경우 수도권과 분위기 차이를 느낀다고 했다.

이처럼 충청권으로 청년들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팝업스토어 등 변화의 흐름에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미르나래(36) 씨는 "자동차 경주, 콘서트, 팝업스토어 등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있어서 대전·충청 밖에서 즐기는 편"이라며 "특정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나 프로모션은 대체로 수도권에서 집중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예담 대전청년예술인협회 음악감독(23)은 "충청권에 유적지나 관광지는 있지만 활용도가 부족한 느낌"이라며 "고궁 체험 등 현재 수도권의 트렌드를 파악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충청의 청년들은 문화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가 청년으로 채워지면 ‘노잼’ 수식어 탈출과 지역 특색 살리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전출신 대학생 김예도(20) 씨는 "대전에서 오월드와 엑스포를 밀어주고 있지만 확실한 자랑거리가 되는 느낌은 아니다"라면서 "두 공간 모두 업그레이드가 필요해 보이고 시 입장에서는 보다 확실한 트레이드마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윤소리 기자 tto2504@cctoday.co.kr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갖춰야"]

충청권 청년들은 지역에서 결혼해 삶을 꾸려 나가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도 결혼자금, 일자리, 인프라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주저하고 있다.

출산의 지표로 여기는 결혼을 살펴보면 올해 1분기 대전을 제외한 충청권 혼인 건수는 감소했다. 향후 출산, 육아 등을 함께 견인할 수 있도록 청년을 위한 결혼 정책이 필요한 때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0일 충청권에 거주하는 청년들의 의견을 청취해 본 결과 지역 청년들은 본인이 현재 거주하고 있는 도시에서 자리 잡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도권에 비해 부족한 교육 인프라, 지자체 및 기업 지원 정책 등은 향후 상황에 따라 지역을 떠날 수 있는 한계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학생 라요한(26) 씨는 "결혼한다면 충청권에서 자리를 잡고 싶다"며 "하지만 많은 신혼부부들이 지역의 일자리나 급여, 교육 환경 등이 부족해 지역을 떠나는 경우를 봤다.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이 갖춰지길 희망한다"이라고 의견을 내비쳤다.

또 대전청년예술인협회에서 음향감독으로 활동 중인 박예담(23) 씨는 "결혼과 출산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직접적인 경제적 지원보단 탄력근무제의 전반적 도입, 문화생활을 통한 삶의 질 상승 등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에서 결혼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질 좋은 일자리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홍상철(32) 씨는 "이전에 일자리를 구할 때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혜택들을 체감해 본 적은 없다"며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역 할당제를 확대하는 등 안정적 일자리가 있어야 결혼할 마음도 들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지난해 충청지방통계청이 발표한 ‘충청지역의 혼인과 이혼’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결혼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대로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결혼자금 부족’ 응답이 가장 많았고 뒤이어 △직업이 없거나 고용상태가 불안정해서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출산과 양육이 부담돼서 순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지역 청년들을 위한 지원 방안이나 정책 개선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 세대가 가진 특성을 파악해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주혜진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사회학)은 "결혼과 출산이 활발한 밀레니얼 세대가 가진 고민 중 하나는 육아의 어려움과 외로움, 두려움 등이다"며 "이런 요소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그들은 관계망 형성을 통한 정서적 안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육정책, 일자리 정책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서로 의지할 수 있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정서적 인프라 형성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교통 체계 만족… 인프라 아쉬워"]

하루를 교통에서 시작한다고 할 만큼 청년들에게 교통은 정주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소다.

충청지역 청년들은 지역 내 교통체계와 여건에 만족하는 한편, 부족한 교통 인프라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정주여건에서 교통 인프라가 주요 지표로 작용하는 만큼 청년들의 발길을 잡을 수 있는 교통 인프라 확충이 이뤄져야 하는 까닭이다.

10일 대전·세종·충남·충북 충청권 4개 시도에 거주 중인 청년들을 인터뷰한 결과, 청년들은 충청이 대한민국 교통의 중심지임에 동감하며 전반적인 교통 여건에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대전 내 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소영(25) 씨는 "교통만큼은 다른 지역에 비해서 충청권이 평균 이상이라고 느꼈다. 대중교통으로 충청권에서 못 가는 지역이 없을 정도로 시스템도 잘 구축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토교통부에서 실시한 ‘대중교통 현황조사’에서 대전(5.04점)은 전국 17개 시도 중 대중교통 이용자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 역시 4.9점을 받으며 전국 평균(4.86점)을 웃돌았다.

다만 지하철 노선 수, 배차시간 등 부족한 교통 인프라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자차가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대학생, 직장인의 경우 버스 한 대 당 15분 이상 걸리는 배차 간격 단축을 해결로 꼽았다.

버스로 출퇴근하고 있는 김주현(28) 씨는 "사람들이 붐비는 출퇴근 시간은 그야말로 지옥"이라며 "발 들일 틈조차 없어 다음 버스를 기다리지만. 배차간격이 길어 다음 버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많이 타는 시간만이라도 운행하는 차량을 늘려 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수십년째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대전도시철도2호선 건설에 대한 염원도 빼놓지 않았다.

대전에 거주하고 있는 이성근(23) 씨는 "대전 지하철은 역마다 거리가 멀고 경유지도 많이 없어 이동하면서 버스로 갈아타야 하는 일이 잦다"며 "어렸을 때부터 2호선을 개통한다고 들었지만,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이라 아쉬움이 크다. 하루빨리 생겼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외에도 세종시 교통체계에 대한 시민 불편함도 이어지고 있다.

세종시는 도시 설계 당시 대중교통 중심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운전자의 경우 도로 폭이 좁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

세종에서 최근 대전으로 전입한 홍상철(32) 씨는 "세종은 차선 자체가 작다 보니, 당시 거주할 때 느꼈던 교통 체증은 대전에 비해 3~4배 정도 심했던 것 같다"며 "인구는 점점 늘어나면서 차들도 많아지는데 감당할 수 있는 한도가 지나쳐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조사무엘 기자 samue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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