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예산 확보 없이 직원 채용·행사 준비도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이게 뭐 하는 겁니까.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이건 의회를 무시하는 겁니다.”
24일 오후 천안시의 ‘2024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예비 심사하는 천안시의회 복지문화위원회(위원장 유영진) 회의실에서 터져 나온 불만이다.
이날 일부 부서에서 올린 예산안을 접한 의원들은 황당함을 감출 수 없는 표정을 보였다. 예산안이 편성되기 전부터 직원들을 채용하거나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시 출연기관인 천안문화재단(이하 재단)에서는 인건비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직원들을 채용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을 벌인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재단이 지난해 연말 개최한 이사회 자료를 보면, 천안시가 ‘2024 천안K-컬처박람회’ 준비 관련 업무를 재단으로 위탁하면서 인력 충원의 필요성이 생겼다. 당시 필요한 인원은 박람회기획팀 5명, 박람회운영팀 5명 등 10명이다. 기획팀은 시에서 팀장을 비롯한 공무원 5명이 재단 파견 형식으로 채웠다. 하지만 운영팀은 기존 재단 직원들이 맡게 되면서 신규 직원 채용이 불가피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재단이 새로 충원되는 직원들의 인건비를 확보하지 않고 채용 절차를 진행했다는 점에 있다. 실제 재단은 지난 1월 말 채용 공고를 내고 서류와 필기, 면접전형 등을 거쳐 지난달 말 합격자를 발표했다. 새로 충원된 5명의 급여는 지난 20일 기존에 확보된 인건비에서 지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게 시의회와 사전 협의도 없이 독자적으로 모든 절차를 끝낸 다음, 신규 직원 인건비가 포함된 ‘행정운영경비’ 3억 9000만 원을 추경안에 포함시킨 것이다. 심사 과정에서 “의회에서 예산을 삭감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 “절차상 맞지 않는 것을 해달라는 게 말이 되느냐”라는 질타가 쏟아진 이유다.
‘제20회 대한민국청소년박람회’(이하 박람회) 예산과 관련한 문제도 이날 심사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박람회는 내달 23일~25일 목천 소재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박람회 공동주최로 이름을 올린 천안시는 자체 부담 예산 2억 원을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박람회 부스 참가업체 모집을 비롯한 행사 준비를 상당 부분 진행했다.
시 담당부서 관계자는 “홍보를 못했을 뿐이지 준비는 완벽하게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산과 관련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예산이 통과 안 되면 다음 박람회를 기약하기 어렵고 시 이미지 실추도 우려된다”고 읍소했다.
결과적으로 의회가 예산안을 삭감시킬 수 없도록 상황을 만든 셈이 됐다. 사실상 시가 의회의 고유 권한인 예산심의의결권을 무력화시킨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편 복지문화위원회는 이날 예비 심사에서 행사성 예산 22건과 천안 성성아트센터 건립 추진계획 수립용역비 등을 포함해 31건의 예산 8억 900만 원을 삭감 의결했다.
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