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방치 건축물 이대론 안된다]
시·도지사 공사중단건축물 정비기금 설치 의무인데 실행하는 지자체 無
시·도가 기초단체 예산 빼앗아야 하는 구조에 법적 근거도 없어 불가능

2023년 전국 시도별 공사중단 건축물 현황. 그래픽 김연아 기자. 
2023년 전국 시도별 공사중단 건축물 현황. 그래픽 김연아 기자.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대전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공사 중단 방치 건축물을 해결하기 위해 10년 전 특별법이 시행됐지만 아직까지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법에서 규정한 재원 확보 방안과 분쟁 조정 역할 등의 실효성이 떨어져 사실상 민간 영역에서 자력으로 해결하는 데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23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2014년 5월 첫 시행된 ‘공사중단 장기방치 건축물의 정비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시·도지사가 공사 중단 장기방치 건축물을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적절한 규모로 기금을 신설해 그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과거엔 단체장이 건축법에 따라 개선 명령을 내리고, 대집행 추진 과정에선 건축법에 따른 예치금을 사용해 방치 건축물 정비와 소요 재원에 한계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특별법 제정으로 시·도지사는 공사 중단 건축물 정비기금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됐고 이후 추가 개정으로 기초단체장도 필요한 경우 정비기금을 설치·운용할 수 있게 됐다. 또 시·도지사는 공사 재개를 위해 건축주 등 이해관계자의 신청이 있을 경우 분쟁을 조정하거나 관련 위원회에 위임할 수 있게 됐고, 수차례 법이 개정되며 보완됐다.

그러나 취지와 달리 특별법은 현장에 적용되지 않고 있다. 법 제정 10년이 지났지만 이달 기준 정비기금을 조성한 지자체는 전무하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광역단체의 정비기금 조성이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이행되지 않은 배경으로는 세수를 거두는 주체가 거론된다.

정비기금은 이행강제금이나 정비사업 잉여금 등으로 조성할 수 있는데, 이는 기초단체의 세외 수입원에 속한다.

사실상 광역단체가 기금 조성을 위해선 기초단체의 예산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정비사업 잉여금은 기초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했어야 발생하는데 기초단체는 그럴만한 여건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며 "시·도에서 기금을 만드려면 기초단체의 이행강제금 등 세외수입원을 빼앗아야 하는 구조인데, 이에 대한 법적 근거도 없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법 제정 당시에도 국회 회의록상 지자체의 재정 여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국토부 측이 ‘정부 출연이 가능하다’고 답하며 일단락됐고 아직까지 정부 출연과 기금 조성은 이뤄지지 않았다.

특별법에 따른 건축분쟁전문위원회가 개최된 사례 역시 전무하다.

이에 대한 지적은 2019년 국회입법조사처의 연구결과에서도 드러났는데, 위원회가 주로 다루는 분쟁이 주로 설계 계약과 일조, 조망 등 건축물 자체에 국한돼 자금 부족이나 부도 등 법률·금융적 문제에 대해선 한계가 있고 분쟁 조정의 효력도 당사자 간 합의에 그친다는 분석이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방치 건축물의 정비 및 관리를 위해 정비기금 조성의 필요성, 관련 조례 제정을 독려하고 있다"며 도시재생사업 연계 등 재원 확보와 기초단체 정비기금 의무 조성 등 제도 개선, 관련 정부 예산 확보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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