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과학문화센터. 사진=연합뉴스.
대덕과학문화센터.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대덕연구개발특구 관문 격인 대덕과학문화센터의 아파트화 소식에 지역 민심이 들끓고 있다. 당초 공적 용도로 세워져 특구 연구원과 해외 인사들이 교류하던 장소였던 만큼 공공성이 유지되길 바라는 여론이 상당하다. 특히 난개발과 특구 중심부 화봉산 등의 경관 훼손을 우려하는 시각도 팽배하다. 반면 장기간 방치되면서 도심 속 흉물로 자리잡은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각계각층으로부터 센터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의견, 각종 우려 등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과거 특구에 몸담았던 A 씨 “정부 매각 방침에 현 상황까지, 주거 목적은 반대”

대덕과학문화센터는 한국과학재단(현 연구재단)이 운영하던 중 호텔롯데에 임대됐고, 재단에서 분리된 대덕연구단지관리본부(현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가 매각을 추진하면서 사학재단으로 넘겨졌다. 현시점에선 민간에 매각을 앞둬 아파트와 주상복합 건설이 검토되고 있다.

20여년간 특구에 몸담았던 A 씨에 따르면 일련의 상황은 ‘첫 매각’이 불러온 나비효과와 같다.

그간 센터 운영과 매각 과정을 지켜봤던 그는 당시 매각 시도가 정부 방침에 의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특구 안팎에선 연구계 교류 환경 조성의 필요성이 인정됐지만 정부의 입김에 손을 떠난 셈이다.

결국 센터 매각과 함께 재단은 또 다른 교류의 장인 ‘과학기술창조의 전당’을 설립하는 데 힘을 쏟았다.

센터는 매각 이후에도 수차례 공적 활용 방안이 검토됐지만 예산 부족으로 불발됐는데, 그 과정에서 현 상황의 단초를 제공한 정부의 지원이 전무했던 점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A 씨는 “IMF 이후 정부는 센터 운영 예산을 매년 3분의 1씩 감축했고 IMF 3년 뒤에는 매각에 대한 정부 결정이 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매각 대상으로는 대학이나 연구소가 들어오길 바랐다”며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등도 의향이 있었는데 최종적으론 목원대에 팔렸다”고 말했다.

그는 “목원대가 호텔 건물에 IT학부, 콘서트홀에 음악대학 등을 배치해 캠퍼스를 만들고 싶어했고 당초 센터 취지와 특구 입장에선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목원대 학교법인 감리교학원은 본래 근린상업지역 내 센터 용도를 대학의 교육시설로 전환하지 못했다고 한다.

A 씨는 “교육부가 승인해주지 않으면서 목원대가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고 이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며 “해당 부지가 주거 용도로 쓰이는 데에는 반대 입장이다. 커뮤니티 역할을 할 공간이 되길 바라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민강식 여흥민씨 입암공파 종중회장
민강식 여흥민씨 입암공파 종중회장

◆민강식 여흥민씨 입암공파 종중회장 “공익 목적 사라지면 반대 위한 활동 나설 것”
여흥 민씨는 과거 정부가 대덕과학문화센터 설립을 추진할 당시 종중의 일부 토지를 헐값에 넘겨줬다.

가문의 수백 년간 내려온 땅이었지만 국가 발전을 위한다는 취지에서 선뜻 응했다. 그런 만큼 센터 부지에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소식은 배신감마저 들게 했다.

민강식 여흥민씨 입암공파 종중회장은 “센터 설립 전에는 해외에서 오는 사람도 많았지만 커피 한 잔 마실 곳이나 숙소조차 없었다”며 “국내 석·박사들과 해외 인사 등이 교류하기 위한 공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종에 교육자들이 많아 정부의 취지에 공감해 4500평 이상을 팔았다”며 “뜻깊은 결정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해당 부지에 아파트와 주상복합이 들어설 경우 이러한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민 회장은 “아파트가 들어서더라도 지금의 우리가 손해보는 것은 크게 없다”며 “하지만 당초 목적대로 사용되길 바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과거 김영삼 정부 시절 서울 남산의 외국인 아파트를 없앴다”며 “남산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전시민을 위한 공간이라면 괜찮겠지만 30층 높이의 아파트와 주상복합이 들어설 경우 빌딩은 인근 우성이산과 높이가 같아져 시민을 위한 경관은 망가지고 개인들의 이익만 챙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 회장은 “일개 개발업체를 위해 스카이라인과 경관을 무너뜨린다면 도시계획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며 “공공복리를 위해 얼마든지 제한할 수 있는 사항이다. 자손만대를 위한 환경을 무너뜨린다면 반대를 위한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배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유성구지회장
박종배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유성구지회장

◆박종배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유성구지회장 “사업성 의문, 성공 쉽지 않을것”

대전시와 유성구는 A시행사로부터 주택건설사업 승인 신청을 받아 경관상세계획과 지구단위계획을 검토 중이다.

대덕과학문화센터 부지에 30여층 규모 아파트 400여세대, 오피스텔 30여호, 상가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와 관련해 지역 부동산업계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으며 사업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박종배 공인중개사협회 유성구지회장은 “센터 부지에 아파트나 주상복합이 들어서도 난개발이 우려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해당 부지 인근이 교육적인 측면에선 장점이 있지만 가격적인 측면이나 다른 인프라는 형성되지 않아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부지에 들어설 아파트와 주상복합이 하이엔드(최고급)로 고분양가가 책정될 것이란 예측 때문이다.

박 지회장은 "개인적으로 봤을 때 부지 매입 등에 많은 재원이 들어가는 만큼 하이엔드로 가게 될 것인데 먹힐 것인가에 대해선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전지역 전체를 놓고 보면 외진 곳이고 주변에 충분히 대체할 곳이 많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그는 “고가의 하이엔드로 갈 경우 둔산동 크로바나 목련과 주변, 또는 도안의 아이파크 정도에서 사람들이 이동해야 할텐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미 둔산동 등 대전에서는 고분양 정책에서 실패한 사례가 있다”며 “강남이라면 먹히겠지만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전은 주상복합 분양이 어렵고 상가는 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 비용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고 건축비도 상당한 상황인데 재개발로 예를 든다면 2년 전 400만원대 계약이었다면 지금은 650만원대 수준”이라며 “사업성에 의문이 있는데 차라리 연구단지와 연계된 공공 공간이 됐으면 어땠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지역 상권·주민 여론은 “오랜 기간 흉물로 남아, 개발은 필요…아파트화는 글쎄”

대덕과학문화센터가 위치한 대전 유성구 도룡동 인근 상인들과 주민들에게 센터는 오랜 기간 방치된 흉물로 기억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하루빨리 구체적인 개발 계획이 세워져 새로운 장소로 거듭나길 바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센터 인근에서 3년째 요식업에 종사해온 홍모(30) 씨는 “전민동 토박이로 길을 오갈 때마다 어릴 적부터 센터를 봐왔다”며 “요지에 있는데도 을씨년스러운 상태로 장기간 방치돼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다만 그는 아파트 등이 들어서는 데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홍 씨는 “주변 산보다 높은 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고층이 아닌 기업체가 들어서거나 시민들을 위한 오락시설이 들어섰으면 한다”며 “과거에도 주민분들이 오피스텔 건립에 반대했던 상황을 알고 있는데 본래 목적을 생각한다면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좋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홍 씨는 “이미 인근에도 주상복합이 많이 들어섰고 아파트도 밀집돼 교통체증도 우려되는데, 신축 주상복합 내 상가는 장기간 공실 상태"라며 “주상복합과 상가가 들어서도 괜찮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인근의 자영업자 B(50대·여) 씨는 “건설사가 매입을 한다면 어쩔 수 없이 아파트 건설로 가는 게 아니나"라며 “아파트를 짓든, 다른 시설을 짓든 하루빨리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왜 여태껏 정부나 자치단체가 나서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다"며 “모두가 쓸 수는 없는 곳이 될 거라는 점에선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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