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운영 중인 베이비박스 내부 공간의 모습. 2023.7.9 사진=연합뉴스.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운영 중인 베이비박스 내부 공간의 모습. 2023.7.9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0~2014년 출생 아동 중 임시신생아번호로만 남은 아동이 1만 명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아동들은 정부의 출생 미신고 아동 전수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문제는 이들 중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채 ‘유령아동’으로 살거나, 사망한 아동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2010~2014년 임시신생아번호로 남아있는 내국인 아동은 모두 1만1639명이다. 2010년 4331명, 2011년 3375명, 2012년 2111명, 2013년 1084명, 2014년 738명 등이다.

조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임시신생아번호는 출생신고 전에 예방접종 등을 위해 부여하는 임시 번호를 일컫는다. 출생신고를 하면 주민등록번호로 대체돼 기존에 등록된 인적 정보와 통합 관리된다. 따라서 임시신생아번호로 남아있다는 것은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2015~2022년 출생아 중 임시신생아번호만 있는 아동 2123명을 전수 조사한 바 있다. 그 결과 255명의 아동이 안타깝게도 이미 숨진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유추해 볼 때 2010~2014년 출생 아동 중에도 유령아동이나 사망한 아동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 못한다. 예방접종통합관리시스템에 임시신생아번호 관리 기능이 구축된 건 2015년부터다. 따라서 2014년 이전 정보는 부정확할 수 있다. 예컨대 입양을 한 경우 주민번호로 대체되지 않은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출생 미신고 아동이 있는지 면밀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단 한 사람의 아동이라도 복지사각지대에 있어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

위기의 아동을 구출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의 몫이다. ‘수원 냉장고 영아 유기 사건’ 등에서 보듯 사지로 내몰리는 영아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유령아동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255명이나 되는 아동이 숨진 사실조차 그대로 묻혔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아동이 방치돼 있는지 모른다.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인구절벽 상황이다. 아동들이 제대로 케어 받을 수 있어야 출산율도 제고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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