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월세 내면 남는 것 없어
통학안전지킴이 일로 생활고 해결
가사일 하던 아내, 생업 뛰어들기도
[충청투데이 노세연 기자] 대전의 한 원룸촌에 거주 중인 신모(73) 씨는 일주일에 세 번 아침 일찍 기상해 일하러 나갈 채비를 한다.
신 씨가 돈을 벌기위해 향하는 곳은 일반적인 사업장이 아닌 인근 초등학교.
그는 스쿨존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통학안전지킴이’ 일을 하고 있다.
혼자 지낸 지 10년이 다 돼간다는 신 씨에게 이 일은 무료한 일상 속 유일한 ‘행복’이다.
그는 일을 하면서 티 없이 맑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마음 한 편의 걱정과 근심이 잊힌다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생활고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매달 나오는 기초연금 30만원을 월세로 지출하고 나면 남는 것이 거의 없는데, 다행히 통학 도우미일을 하면서 달마다 약 30만원을 벌 수 있다.
신 씨는 이렇게 마련한 30만원으로 식당에 가서 밥을 사먹기도 하고, 식재료를 구매하기도 한다.
그는 "대놓고 말하긴 부끄럽지만, 구청 사업(노인일자리사업)이 없었다면 끼니를 때우기 위해 폐지를 주우러 돌아다녀야 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충남 서산에서 배우자와 함께 살고 있는 박모(68) 씨는 60대 들어 인생에서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집안일과 바깥일을 병행하면서 새벽에 나가 아침에 들어오고, 다시 초저녁에 나가 한밤 중 귀가하는 하루일과를 보내고 있기 때문.
박씨 부부는 원래 남편이 생활비를 벌고, 아내가 가사일을 담당하는 전통적 성역할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부부에게 노화가 찾아오면서 남편의 일이 예전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게 됐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만나면서 가계가 악화됐다.
결국 박 씨는 스스로가 제2의 수입원이 되는 길을 택했다. 이에 하루에 두 번 집 근처 공장 구내식당에 출근해 직원들의 점심·저녁식사를 모두 책임지며 급여로 월 160만원을 받고 있다
박 씨는 "60대는 은퇴 후 휴식을 취하는 나이라고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며 "몸은 힘들지만 생활고 없는 안정적인 삶을 위해 바쁘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부가 수십 년 간 번듯한 직장을 다닌 게 아니라면 완벽한 노후대비가 어렵다고 생각 된다"고 피력했다.
노세연 기자 nobird@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