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노인은 오늘도 폐지를 줍는다
4. 지자체가 나서서 폐지수집 노인 지원해야
폐지 수거 노인들, 환경미화와
자원순환 기여하지만 지원 없어
전문가들 "제도 안에서 지원해야"
노인일자리사업 연계 필요성 강조
관련 일자리사업 기관 전국 8곳뿐
대전 전무… 市 관련사업 검토 계획
수거 노인 명확한 실태 조사 절실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폐지 수거 노인들이 없으면 당장 동네 길거리마다 폐지랑 고철들이 넘쳐날걸? 노인들이 자원순환에 상당 부분 기여한다고 봐야지."
대전 서구의 한 고물상 주인의 말처럼 폐지 수거 노인들은 환경미화와 자원순환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책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폐지 수거 노인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지원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배재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폐지 수거 노인과 연계된 노인일자리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배 부연구위원은 "직접적인 지원을 통해 노인들이 폐지 수집을 중단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게 어렵다면 폐지 수거 활동을 제도권으로 끌어와야 한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공익활동형 노인일자리사업을 진행해 비교적 안전한 형태의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31일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폐지 수거 노인과 연계된 공익활동형 노인일자리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은 전국에 8곳 뿐이다.
대전시의 경우 노인일자리사업 수행 기관 43곳 중 폐지 수거 활동 관련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시는 폐지 수거와 관련된 노인일자리사업을 수행 중인 다른 지자체 사례를 검토할 뜻을 밝히면서도 최근 공익활동형 노인일자리사업 규모를 축소키로 한 정부 발표에 따라 당장 진행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대전시의 내년 노인일자리사업 규모는 올해보다 10%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임한모 대전시 노인정책팀장은 "폐지 수거 노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목소리를 들어보고 관련 정책에 대해 차차 검토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폐지 수거 노인에 대한 체계적인 실태 조사부터 시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8월 대전시가 조사한 폐지 수거 노인 현황 자료를 보면 유성구의 폐지 수거 노인 활동 지역은 반석동 등 4곳, 인원은 15명에 불과하다. 유성구 13개 행정동의 노인 인구가 3만 7851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제대로 된 수치로 보긴 어렵다.
대전세종연구원 관계자는 "폐지 수거 노인들은 공적 지원이나 민간 영역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이라며 "이들이 자그마한 소득을 얻기 위해 폐지 수거 활동을 한지 수십년이 흘렀는데 아직까지 지자체 차원의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 자체가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폐지 수거 노인들이 당장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물품 지원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폐지 수거 노인 박모(59·도마동) 씨는 "동사무소에서 받은 야광조끼가 있는데 답답하고 불편해서 안 입고 다닌다"며 "난 오른손이 마비돼 왼손으로만 리어카를 끌어야 하니 가벼운 리어카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내년 중순 폐지 수거 노인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한 뒤 지원 규모를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이원희 대전시 자원재활용팀장은 "각 지역 통장과 반장을 통해 폐지 수거 노인의 수를 다시 조사하고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데이터를 확보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관련 예산을 늘려서 방한 물품을 지급하는 등 지원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끝>
김성준 기자 juneas@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