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사라진 아이들, 녹스는 폐교…해법은?
<글 싣는 순서>
① 아이 없는 지방, 충청권 폐교 ‘가속화’
② 마을의 ‘보물’에서 수십 년 방치된 ‘흉물’로
③ 대부도, 매각도 쉽지 않다, 유지관리 ‘골머리’
④ 폐교=재산, 고부가가치 사업 연계로 지역소득 증대
⑤ 복합문화시설 탈바꿈, 학교와 마을을 잇다…주민공간 ‘환원’
⑥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역 구성원 합의

② 마을의 ‘보물’에서 수십 년 방치된 ‘흉물’로
31년전 폐교된 보은 회남초 분저분교, 낮에도 스산한 기운 감돌아
묘소 십여구에 둘러싸여 있고 건물 노후화 심해 마을 흉물로 전락
주민 "깡시골에 흉측한 폐교 까지 있어 젊은이들 살려고 안할 것"

▲ 11일 기자가 방문한 충북 보은군의 옛 회남초 분저분교. 사진=최윤서 기자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폐교가 마을의 흉물로 전락하며 인구 유입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오래된 곳은 무려 30년 이상 방치됐는데 철거 비용도 만만치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현재 충청권 미활용 폐교는 대부분 1990년대 문을 닫은 곳들로 인적이 끊긴 지 최소 20년 이상 된 묵은 곳들이다.

여러 가지 사유로 활용에 어려움을 겪으며 방치된 건데 오랜 세월이 흐르자 낡고 볼품없어진 지역사회의 애물단지가 됐다.

충북 보은군 회남면에 위치한 옛 회남초 분저분교가 대표적인 예다. 회남초 분저분교는 1980년 개교해 불과 12년만인 1992년 회남국민학교로 통합되며 폐교됐다.

2003년 목조건축교육장으로 1년간 대부돼 사용된 것 외에는 미활용 폐교로 방치되고 있다.

현재 충북 회남면 인구는 442세대에서 721명(2022년 기준)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전국 농촌 상황처럼 회남면 역시 유입 인구가 거의 없고, 고령화가 상당 부분 진행돼 매년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대표적인 소멸지역인데 초미니 ‘면(面)’으로 불리고 있다.

회남초 역시 올해 학생 수가 분교 격하 기준인 21명 미만으로 떨어져 분교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곳은 1980년 대청댐 건설로 4075세대 2만 6178명이 이주한 수몰 지역이다. 회남초 분저분교는 당시 수몰 영향을 받고 인구가 크게 줄어 폐교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방문한 현장의 모습은 그야말로 공포체험을 방불케 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 이미 오래인 분교는 세월 앞에 잔인할 만큼 흉측해져 있었다.

인근 민가도 거의 없는 이곳은 십여 구의 묘소로 둘러싸여 있어 한낮인데도 스산한 기운이 감돌았다. 건물 자체로만 봐도 43년이나 지난 폐허나 다름없었다.

분교 운동장은 잡초가 우거져 수풀을 이뤘으며 건물 외벽 페인트는 군데군데 벗겨지고 곰팡이가 슬어 세월을 짐작하게 했다.

본관 정문은 녹슨 자물쇠로 굳게 닫혔고 창가 너머 복도엔 과거 학교였다는 것을 말해주듯 오래 된 실내화들이 먼지와 함께 나뒹굴고 있었다. 노후화 정도가 심하고 전기도 수도도 끊긴지 오래라 대부계약도 쉽지 않아 보였다.

마을 토박이라는 80대 주민은 "밤지날 때면 머리가 쭈뼛쭈뼛 서서 되도록 잘 안다니려고 한다"며 "30년 전만에도 적지만 애들도 있고 분교라도 있으니 마을이 그나마 활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학교는 언감생심 마을 자체도 없어질 판"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안 그래도 깡 시골인데 저런 흉측한 폐교까지 있으니 어떤 젊은사람들이 여기서 살려고 하겠냐"고 덧붙였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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