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A대학, 음악과 성악 전공 선후배간 갑질 의혹 전수조사 돌입
합창시간 중 집합시켜 고성 지르거나 한명씩 불러내 욕설 내뱉기도
"예체능 계열서 벌어지는 뿌리깊은 문제… 학과 교수들의 관심 필요"

군기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군기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코로나19 사태를 지나 대면 강의가 본격화되자 대학가에서 선후배 사이에 ‘갑질’을 일삼는 군기문화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장기간 비대면 강의로 학과 모임이 단절되는 시기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악습들이 재점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27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전 A대학은 이날 음악과 성악 전공 소속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후배 간 갑질 의혹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최근 한 익명 커뮤니티에 신입생으로 추정되는 누리꾼이 학내 갑질 의혹을 게시했기 때문이다.

게시글은 선배들이 오리엔테이션(OT)에서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고 비상계단을 이용하게 지시하거나 집합 시킨 뒤 폭언과 함께 노래를 시켜 평가를 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본보가 입수한 제보 내용과 녹취록에서는 OT 뿐만 아니라 3월 15·22일 경 진행된 합창시간 중 선배들이 후배들을 집합시킨 뒤 고성을 지르거나 한 명씩 불러내 ‘싸가지 없는 XX’ 등 욕설을 내뱉는 상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학과 관계자는 "저희 학과 뿐만 아니라 아마 모든 학교의 성악 전공이나 관련 학과에 선배들 간 위계질서가 당연히 있다"며 "우선은 전수조사를 거쳐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어떻게 해야할 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A대학을 비롯해 충청권 대학들은 대체로 2021년 1학기 무렵부터 실습·실기가 필요한 강의의 대면수업을 확대했다. 대전 B대학에서는 이 시점에 체육계열 학과에서 갑질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주머니에 손을 넣는 것과 구두 착용을 금지하고 인근 상권에서 술을 마실 경우 학회장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규칙 등을 두고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당시 해당 학과 교수들은 문제가 불거지자 학생 인성교육 등을 실시하며 진화에 나섰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말 대전 C대학 음악계열 학과에선 합주시간이 선배들에 의해 새벽으로 잡혀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운동복 착용을 금지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대해 C대학 측은 조사에 나섰지만 사실관계를 밝히지 못했다. 또 비슷한 시기 충남의 한 대학 신학과에서는 후배들의 기숙사 점호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한밤 중 단체기합을 진행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전의 한 사립대 학생처장은 "사실 우리 학교 역시 안전하다곤 볼 수 없고 특히 예체능 계열에서 기강을 잡겠다며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뿌리 깊은 문제들"이라며 "예체능계열에선 미래 진로가 협소해 어디다 말하지도 못하다가 문제들이 곪아 터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학과 교수들에 대해서도 이러한 교육이 이뤄지긴 하는데, 1차적으로는 학생들과 가장 밀접한 학과 교수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며 "이런 관습에 대해서도 지도교수나 학과 관계자들이 시각을 달리할 필요도 있는데 예체능 계열에선 큰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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