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부지 설정해놨지만 막대한 비용 탓에 나서는 민간사업자 없어
도청 뒤편 정류소 있지만 환경 열악… 홍성 방면 대기고객 추위 노출
김태흠 충남지사, 터미널 조성 민간·道 직접개발 투트랙 접근 지시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도청 소재지이지만 갖추지 못한 것이 많은 내포신도시. 시외버스가 입·출입할 터미널 또한 내포의 숙제다. 적은 인구에 선뜻 터미널을 짓겠다고 나서는 민간 사업자가 14년째 없는 가운데, 충남도는 지역민과 방문객의 편의를 위해 터미널 자체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도는 내포 출범 전인 2009년 도시개발계획을 수립하며 내포 터미널 부지 ‘C2(3만 1293㎡)’를 설정했다. 내포에서 하나뿐인 스타벅스와 맞은편에 위치한 이곳은 도청과 내포의 입구격인 홍북터널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어 교통 접근성이 뛰어나다.
터미널이 들어서기에 제격인 셈인데, 하지만 C2에는 2009년 부지 설정 이후 아직까지 터미널이 없고 당연히 시외버스도 정차하지 않는다.
대신 3만㎡ 이상의 땅을 그냥 놀릴 수는 없으니 어느 순간부터 아파트 분양 홍보관이 자리를 잡고 있다. 도 관계자는 "부지가 넓고 위치가 좋으니까 모델하우스로 쓰이고 있다"며 "터미널을 지어야 하지만 막대한 비용 부담에 나서는 민간 사업자가 없다"고 설명했다.
인구 3만명 남짓에 불과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내포에 대형 터미널을 건설하기에는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내포를 바깥과 연결할 터미널이 없다 보니 지역민과 외지인은 대중교통으로 내포를 오고 가는데 불편을 겪고 있다. 2013년 도청 뒤편에 내포고속시외버스정류소가 설치돼 터미널의 역할을 하고 있기는 하나, 아무래도 실제 터미널보다는 환경이 열악하다. 실내 대합실이 예산 방면(상행)에만 마련돼 있어 반대쪽 홍성 방면(하행)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은 추위, 강풍 등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정류소에서 만난 김 모(34, 여)씨는 "요즘처럼 한파와 폭설이 몰아치는 겨울에 특히 버스를 기다리기 힘들다"며 "처음 내포에 왔을 때는 정류소가 시내버스와 시외버스가 구분 없이 정차해 헷갈리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상황에 도는 더 이상 터미널 건설을 민간에만 기대지 않기로 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난 19일 도 실·국·원장회의에서 내포 터미널 조성 사업을 민간 개발과 도 직접 개발 등 투트랙에서 접근하라고 실무진에게 지시했다.
코로나19에 의한 경기 침체로 민간 개발이 더욱 위축된 만큼 도가 직접 움직여야 터미널 조성을 앞당길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지사는 "터미널은 도민의 편의를 위한 공공성 사업이다"며 "민간 개발이 어렵다면 도가 적자를 보더라도 충남개발공사 등을 통해 직접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도는 터미널 조성 사업 재검토를 어느 부서에서 맡을지 내부 협의 중이며, 부서가 정해지면 도가 부담해야 할 비용과 조성 규모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