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북적거린다. 차와 사람이 뒤엉킨다. 인도는 노점상이 차지하고 사람들은 차도로 다닌다. 허리가 구부러진 어르신도 아이가 타고 있는 유모차도 차와 뒤엉키어 위험천만이다. 누구 하나 안전을 지도하는 사람도 없다. 스스로 살아나 거리를 빠져나가야 한다. 추석절이나 장날만의 풍경이 아니다. 날마다 그렇다.인도를 빼앗기고 차도를 걸어야 하는 주민들은 불만이 가득하다. '차를 못 다니게 하든지, 노점상과 적치물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일방통행도 제안한다. 북적거림에 모처럼 활기를 띤 상점가와 다르게 걸을 수 있는
때론 쉽지 않은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아니 매 순간 힘겨운 결정을 하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집단에서 도망치고 싶은 생각에 훌쩍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며칠 생각이란 것을 하지 말자며 24시간 죽은 듯 잠든 적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한없이 푹신한 침대 속에서도, '나는 지쳤어. 힘들어'라고 소리치며 떠난 여행길에서도, 어김없이 돌아와 삶을 이어간다. 이전보다 힘차게 속도를 내기도 하고 간혹 브레이크를 밟아 느린 속도로 돌아가는 길을 택하기도 한다. 삶의 방식이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은 사는 것처럼
한줄기 불어오는 바람결에 흔들리는 작은 종의 울림이 청아하다. 종소리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벌써 내 가슴 한쪽에서는 선들바람이 지나간다.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날의 상흔이 아직 남아있건만 입추와 처서가 지나니 가을 안으로 감성이 먼저 들어가 앉았나 보다. 칠월 여드레, 내 생일만 지나면 밤마다 화려한 은하수 별빛이 땅에 내리고 벼 이삭이 여무는 가을로 접어든다던 엄마의 말씀이 오래전 옛날이야기처럼 아득하다. 가을이란 단어만 떠올려도 왜 마음은 뜬금없이 서글퍼질까. 자식들의 효성으로 차려준 풍성한 생일상을 받은 것이 엊그제건만 채워지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는 대도시 파리를 지배하는 시각적 자극을 “문화는 생산되고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칩입하는 것이다”라고 노래했다. 봉건 사회가 무너지고 산업화와 함께 성장한 도시는 산업화 이전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자유, 소비문화의 규격화, 개인화, 시각문화의 폭발, 빈부격차 등의 측면에서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이중 도시는 인간의 감각기관 중에서 유독 시각을 자극한다. 지금부터 10년 전 서울 삼성동에서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대 규모로 개최된 밀랍인형 전시회인 '월드 스타체험전'에서 경험한 느낌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덕분입니다. 송씨로 추정되는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생명은요.”, “사망입니다” 피곤에 쌓인 경찰의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지난 15일간 경찰은 실종된 송씨를 찾기 위해 밤·낮·우중·휴일을 가리지 않고 전력투구 하였다. 보은소방서,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 보은군청 등 기관의 협조와 수색견을 투입해도 실종자의 행방을 찾을 수 없자 8월 11일부터 민·관 합동 공개 수색을 시작했다. 필자에게 보은경찰서에서 연락 온 시점이다.실종자는 지난달 30일 속리산 법주사에서 열린 '미디어 아트쇼' 빛의 향연을 보러 간다며 집을 나갔다. 법주사
너럭바위 중앙이 떡하니 벌어져 있다. 정을 맞은 것도 벼락을 맞은 것도 아니다. 돌이 갈라진 틈새로 한 그루의 나무가 자라나다니 참으로 뜻밖이다. 나무가 바윗돌을 부수어 보금자리를 잡고자 욕심낸 흔적은 없다. 바위의 배려인지 나무의 도전인지 모를 특별한 모습에 호기심이 일어난다.너럭바위는 어찌 단단한 제 몸을 갈라 품지 못할 것을 품었을까. 바위와 나무가 애초에 있던 장소는 식물원은 아니다. 바람이 많은 제주의 어느 오름쯤이었으리라. 특별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볼 줄 모르는 인간의 욕심에 낯선 곳에 옮겨 오게 된 것이다. 식물원에는
능소화가 졌다. 이글거리는 태양 빛을 머금고 만개하던 능소화가 한줄기 소낙비에 꽃송이를 뚝뚝 떨구었다. 송이송이 떨어져 땅바닥을 주홍빛으로 물들이며 사그라져가는 모습이 가히 처연하다. 분명 곱디고운 꽃이지만 함부로 손을 내밀어 쉽게 꺾지 않던 꽃, 아무나 실없이 내미는 손길에 결코 쉬이 맞잡아주지 않을 것 같은 주홍빛 능소화의 차가운 매력으로 한여름을 더 강렬하게 했다. 조선 시대에는 능소화 매력에 반한 양반들이 양반 꽃이라 불렀으며 상민 집에는 심지 못하게 했다는 설도 있다. 누구나의 손길을 수더분하게 잡아주는 순진무구한 온화함이
또 한명의 악우(岳友)가 히말라야의 별이 되었다. 열 손가락 없는 장애인 김홍빈 대장이다. 김 대장은 광주 송원대학교 산악부 83학번으로 필자와 같은 동시대 산에 다닌 친구다. 황소보다도 강인한 체력의 소유자 김 대장은 1991년 맥킨리 단독등반 중 조난으로 인해 열 손가락을 자르는 수술을 했다. 그 후 장애인 알파인스키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투혼을 불살랐다.그런데도 그가 가지고 있는 DNA는 그를 다시 산으로 인도했다. 12년에 걸친 세계 7대륙 최고봉 등정에 이어, '2006년 가셔브롬 2봉 등정을 시작으로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멀리 산 능선이 선명하다. 가을날 풍성했던 논두렁 길엔 미루나무 홀로 바람을 등지고 서 있다. 택배기사 이현영 화가의 그림이다. 나무는 화가의 그림에서 빠지지 않는 소재이다. 때론 작은 나무둥치가 때론 아름드리 둥구나무가 등장한다. 전시회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그림 앞이다. 그림은 마치 울울창창한 숲속에 든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림 앞에 머문 관람객도, 사진을 찍는 지인의 눈에도 호기심이 가득하다. 나 또한, 숲속 향기에 취하여 자리를 뜨지 못한다.이현영 화가의 직업은 택배기사이다. 그림 작업은 주말이나 자투리 시간에야 가
밤새 내리던 비는 날이 밝아와도 잦아들 줄을 모른다. 장마철답게 높은 습도와 기온 탓에 잠을 설치고 우중충한 기분으로 어둑새벽을 맞이했지만 줄기차게 유리창을 때리는 빗소리가 낭만적으로 들려와 그나마 감사했다. 굵어진 빗줄기에도 거리에는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여전히 분주하다. 빗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유리창을 통해 밖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는데 휴대전화기로 날아든 시 한 편이 마음을 고요히 젖게 한다. 들풀에게 삶을 물으니 흔들리는 일이고, 물에게 삶을 물으니 흐르는 것이며, 산에 삶을 물으니 견디는 것이라고 민병도 시인
인류는 산업혁명과 세계 1, 2차대전 등을 겪으면서 과학기술에 대한 심한 자괴감에 빠졌었다. 오죽하면 1960년대 미국에서는 히피족이 유행하며 “자연인으로 살고 싶다”라고 외쳤을까. 우리를 풍요롭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었던 과학기술은 전쟁과 자연파괴 등의 결과로 실망감을 주었다. 일부 사람들은 “과학기술을 포기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모든 지구인이 장작불을 지피며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않으며 음식을 땅속에 묻어 살아가면 해결이 되는 걸까? 이처럼 인류가 처한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을 효
보은군 인구는 지난 5월말 기점, 3만 2180명을 기록하고 있다. 1960년대 12만명에 육박하던 인구는 도시로의 이동과 출산의 감소로 점차 줄어들어 1/4 수준이다. 적령기 인구 감소는 노동력 저하로 인한 경제활동 위축과 더불어 지역의 활력을 앗아갔다. 이로 인한 지역 상권붕괴는 지속가능성의 위협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UN은 지구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경제, 사회, 환경, 정의, 네트워크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지역상권 살리기는 UN지속가능발전목표 중 '좋은 일자리와 경제성장,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지
그녀의 통 큰 선물이 대문 앞에 수북하다. 문 앞에 놓인 농산물을 바라보니 일손을 보태러 가자던 말이 떠오른다. 무엇보다 '새벽에 밭으로 출발하자'는 문자를 읽지 못하고 깊은 단잠에 빠진 것이다. 전화벨 소리에 깬 시간은 이미 그녀가 수확한 통통한 마늘이 대문 앞에 도착한 후다. 볼그레한 빛을 띤 마늘은 흙도 마르지 않은 상태이다. 그녀는 농사지은 고구마와 마늘 등을 보내며 친정엄마처럼 아낌없는 정을 나눈다. 올해는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일손을 보태고자 마음을 먹었지만, 새벽잠이 산통을 깨고 만다. 잠 많은 나를 깨우지 않은 것도
봄이 갔다. 연분홍 치마를 봄바람에 잔잔히 휘날려 볼 짬도 없이 봄날은 갔다. 아지랑이 떠나는 길에 아련한 인사는 고사하고 하루가 멀다 하니 쏟아지던 궂은비에 젖고 바람만 몰아쳐 흔들다가 어느덧 슬그머니 가버렸다. 궂은 날들 속에서도 계절의 부름은 여지없이 응하는 듯 살구꽃, 라일락은 피어나더니 그 호사스러운 꽃의 장막을 거두고 산야에는 신선한 녹음을 펼쳐놓고 그제야 떠나갔다. 올해는 겨울의 냉랭한 흔적들이 다 지워지기도 전부터 봄을 절실하게 기다렸었다. 화사한 봄날이 온 세상의 병마 그늘에서 벗어나 청정한 기운으로 활발한 한해의
빔 벤더스 감독의 다큐멘터리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에서 소개되는 클럽의 약칭은 BVSC이다. 원래는 쿠바음악의 전성기로 불리는 1930~1940년대 쿠바의 수도 아바나 동부에 있던 고급 사교클럽을 일컬었다. 당시 아바나에는 카바레·클럽 같은 사교장이 번성하였는데, 쿠바음악의 황금기를 일군 대표적인 음악가들이 모두 이 클럽에서 음악을 연주하였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은 '환영받는 사교클럽'을 뜻한다. 1995년 미국의 기타리스트이자 레코딩 프로듀서인 R.쿠더와 영국의 음반사 월드 서킷 사장 N.골드가 쿠바 음악가들의 합주를 녹음하기
국가 균형발전은 요원한 것인가?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농촌지역은 소멸의 빨간등이 켜진 지 오래다. 자본과 권력은 모두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소규모 도시 및 농어촌 지역은 수도권 주민의 양질의 삶을 위해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수도권은 재개발 재건축 등 끊임없이 확장 하고 농촌지역은 수도권 주민들의 쓰레기 처리 및 휴식 공간으로의 역할만 요구 받고 있다. 수도권 집중완화를 위해 제기된 전략이 메가시티 전략이다. 500만 이상의 인구를 하나로 연결해 경제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다. 충청권 또한 광역철도망을 통해
연필 깎는 소리가 명쾌하다. 연필 아랫부분을 검지로 받치고 엄지로는 칼날의 머리에 힘을 준다. 나무 조각이 생선 비닐처럼 떨어지고 연필심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면지를 깔고 연필심을 다듬는다. 순간 '뚝' 하고 심이 부러진다. 손아귀에 힘을 너무 주었던가. 연필을 깎을 때는 손가락 힘 조절이 필요하다. 힘이 과하면, 연필심은 힘없이 부러진다. 연필을 잡고 조심스럽게 다시 깎는다. 필통에 곱게 다듬은 연필을 키 순서대로 나열한다. 손가락 두세 마디 정도로 작은 연필은 따로 모아둔다. 아까워서도 꼭 필요해서도 아니다. 쓰기에는 불편한 몽
오월의 산야는 청청하다. 눈을 돌려봐도 어느 곳 하나 칙칙한 곳이 없다. 창문을 열어 제키고 상큼한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니 며칠 동안 흐릿했던 내 감정도 좀은 맑아지는 느낌이다. 며칠 전 병원에서 무심하게 툭 던져놓은 의사의 진단에 자존감이 살짝 눌려 감정이 잿빛이었다. 면역력 부진으로 난시가 된 것이 노화 단계 중 하나라며 이것 또한 굵어지는 나이 등에 짊어지고 여생을 함께해야 할 몫이란다. 눈으로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닌 세상인데 시력을 조금 잃었거늘 무얼 그리 서글플까. 더구나 길게 이어진 펜데믹으로 행동반경까지 좁아졌으니 내
한국 사회를 대표할 수 있는 많은 이미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아파트이다. 아파트는 한국 근현대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압축해 놓은 현대화의 상징이다. 우리나라는 경제개발 5개년계획(1967~1971)기간에 본격적인 아파트 건설의 붐이 일어났으며 지금은 한국 인구 70%가 아파트에서 생활을 하는 지구상에서 인구 대비 아파트 보급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제 둘 이상 모이는 사적모임에는 가는 곳마다 ‘아파트’ 이야기를 한다. '자고 일어났더니 서울 어디는 몇억이 올랐더라'라는 말은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소재
청남대는 대통령 전용별장으로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라는 의미다. 1983년 12월에 완공되어 2013년 4월 18일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청남대는 대통령 휴양 중에도 국정 운영을 완벽히 수행 할 수 있게끔 시설을 갖추었으며 대청호 상수원 보호를 위해 최고의 수질 정화시스템을 구축 운영하였다.이곳에 나라사랑 리더십 연수원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청남대와 충북남부보훈지청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행정수반 관련 시설을 활용한 보훈정신 함양 및 나라사랑 의식 고취를 위한 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