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오락가락 설익은 교육정책, 멍드는 지역 공교육
1. 돌봄을 학교에서? 과제 산적한 ‘늘봄학교’
교육 백년대계 성급한 도입에 학교현장 혼란 부추겨
막대한 혈세 투입되는데 인력 충원·업무 부담 불분명
교육부 교사 업무 배제 방침 현실성 떨어진단 지적도
공급자간 갈등이 양질 돌봄 교육 헛구호로 만들수도
자칫 전담인력 단체 파업땐 교육현장 돌봄공백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기도 하남시 신우초등학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아홉 번째, 따뜻한 돌봄과 교육이 있는 늘봄학교' 시작에 앞서 늘봄학교 주산암산 프로그램에서 학생들과 함께 주산암산을 체험하고 있다. 2024.2.5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기도 하남시 신우초등학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아홉 번째, 따뜻한 돌봄과 교육이 있는 늘봄학교' 시작에 앞서 늘봄학교 주산암산 프로그램에서 학생들과 함께 주산암산을 체험하고 있다. 2024.2.5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연초부터 교육계가 꽤나 시끄럽다. 유·초등부터 중·고등까지 공교육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혁신정책들이 시한폭탄 터지듯 발표되고 있다. 이를 꾸역꾸역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교육의 주체들은 그야말로 체하기 일보 직전이다. 교사, 교직원, 학생, 학부모들은 급변하는 복잡한 교육정책에 하루하루가 어지럽다. 일각에선 충분한 숙의과정 없이 성급히 발표되는 설익은 교육정책에 ‘총선용’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가하기도 한다. 충청투데이는 올해 달라질 교육 이슈를 진단하고, 지역 공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전망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취지가 아무리 좋다 한들 교사와 교직원이 반대하는 ‘초등 늘봄학교’,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상상을 초래하는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백년대계인데 급해도 너무 급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특히 강조하고 나선 늘봄학교는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교육부 최대 중점 사업이다.

맞벌이 부부를 위해 원하는 초등학생은 당장 2학기부턴 오전 7시~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예체능 등 돌봄교실 및 방과후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계획은 교사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공감’이 전제가 돼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실이 전국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4일까지 긴급 설문 조사를 벌였다.

초등교원 1만 1101명 중 무려 92.4%(1만 252명)이 늘봄학교 전면 도입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물론 이러한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온종일돌봄’이라는 이름으로 학교돌봄 확대정책을 펼친 바 있다.

그럼에도 교원과 교직원들이 돌봄을 학교로 들여오는 것에 혀를 내두르는 이유는 일단 정규 교과과정과의 모호한 업무 영역에서 온다.

교육부는 인력을 투입해 교사를 늘봄 업무에서 완전 배제한다는 입장이지만 돌봄을 교육의 연장선으로 접근한다면 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단순히 늘봄지원실 하나 설치하는 걸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이 행정실과 교무실의 역할조차 법제화 돼 있지 않은 현 상황 속 달랑 지침 하나로 새로운 조직을 신설 한다니 향후 갈등은 불 보듯 뻔하다.

공급자간의 갈등은 양질의 돌봄 교육을 헛구호로 만들 수 있다.

서비스를 공급하는 교육 주체의 마인드와 전문성이 정책의 성패를 가를 텐데 교사와 돌봄 전담사의 역할 분담 문제를 명확히 해결 하지 못할 경우, 아이들에게 돌아가는 교육 수준은 결국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돌봄교실을 운영할 학교 공간도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

교육부가 선진모델로 삼고 있는 독일의 종일제학교는 놀이공간과 쉼터를, 중등의 경우 특히 학습 공간과 돌봄 공간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늘봄학교는 당장 2학기 전면 도입이 코앞이지만 각 지역 특성에 맞게 탄력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설명 외에 구체적 대안은 없다.

대전시교육청은 특별실 등을 활용해 돌봄 대기학생들을 위한 ‘보듬교실’을 한시 운영할 방침이지만 장기적으론 미봉책이다.

전담인력들의 단체 파업 시, 겉잡을 수 없는 돌봄 공백 상황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미 매년 급식 파업으로 학교현장은 피해를 겪고 있다.

자칫 돌봄전담인력들이 처우 개선 등을 이유로 파업을 할 경우, 그 뒷감당은 누가 할 것인가.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가 지게 될 것이라는 게 교사들의 전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에 다양한 갈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구성원이 함께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학교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여러 구성원이 힘을 합쳐 아이들에게 좀 더 나은 교육과 돌봄이 되도록 집중할 것이고, 그간 불거졌던 많은 갈등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해소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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