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학기 시범운영 후 전체운영 계획
교육부 세부 계획 전달 없어 혼란 가중
교원단체 “업무과중” 반대성명 잇따라
예비 학부모 ‘양질 프로그램’ 도입 강조

돌봄교실. 사진=연합뉴스.
돌봄교실.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강대묵 기자] ‘늘봄학교’를 둘러싼 교육계의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

늘봄학교는 초등학교 정규수업 전후 시간대(오전 7시30분~오전 8시30분·방과후~오후 8시)에 학교에서 학생을 돌보는 제도다.

공교육이 맞벌이 부부의 돌봄 공백을 메우겠다는 좋은 취지다. 문제는 교육부의 명확한 지침이 내려지지 않아 교원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 이 같은 혼란 속, 개학을 코 앞에 두고 자녀의 ‘돌봄 스케줄’을 짜야할 학부모들은 발을 동동 거리고 있다.

교육부는 ‘2024년 달라지는 교육제도’를 통해 오는 1학기부터 늘봄학교를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올해 1학기 전국 초등학교 2000곳에서 우선 운영한 뒤, 2학기부터 모든 학교로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늘봄학교는 초등 1학년 학생에게 학교생활 적응을 위한 놀이활동 중심의 예체능, 심리·정서 프로그램 등을 1년간 매일 2시간씩 무상으로 제공하는 ‘기본 프로그램’과 기존 방과후 프로그램 및 돌봄인 ‘추가 프로그램’ 등 2가지로 구분된다. 기존 돌봄 제도의 시간을 확대하고 ‘에듀케어’ 기능을 도입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정부는 늘봄학교 업무는 교원과의 분리를 원칙으로 추진된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분리 원칙에도 불구하고 교원단체는 잇따라 반대 성명을 쏟아내고 있다.

교원단체는 "정부 정책에 따라 늘봄학교가 시행되면 교사가 늘봄학교 업무를 전담하게 돼 수업 외 업무가 늘어난다"는 입장이다.

시도 교육청은 학부모에게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가 늘봄학교 확대운영에 따른 인력과 재정지원 등 세부 계획을 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종시교육청 관계자는 "정부의 늘봄학교 정책 발표에 따라 교육 공동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펼치고 있지만, 교육부의 정식 공문이 하달되지 않아 구체적인 이행계획은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세종시의 한 예비 학부모는 "정부의 늘봄학교 정책 발표 소식에 아이를 학교에 믿고 맡길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이 높았지만, 개학을 코 앞에 두고도 구체적인 계획이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게 문제"라며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자녀 학원 스케줄을 짜야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예비 학부모들은 늘봄학교의 성공여부는 프로그램의 질에 달렸다는 주장이다. 늦은 저녁시간까지 늘봄학교의 문이 열려 있어도, 프로그램이 미비할 경우 학부모들은 사교육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비 학부모는 "기존 돌봄교실과 방과후 교실에 아이를 맡기지 않고 학원 뺑뺑이를 돌리는 것은 학교에서 시행되는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가 낮기 때문"이라며 "무상이 아니어도 좋다. 사교육 시장에 버금가는 늘봄학교의 프로그램이 펼쳐져야 학부모들은 아이를 학교에 믿고 맡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강대묵 기자 mugi1000@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