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설익은 교육정책, 멍드는 지역 공교육]
⑦ 책임 없는 혁신 요구, 대학 생존경쟁 부추기는 글로컬사업
대학들, 글로컬대학 육성 사업에 사활
학교법인 책무성·대학 자율성 유보돼
교육부 정해준 방향 없어 혼란 대학몫
재정 지원, 생존 경쟁 부추긴단 지적도

학생. 사진=연합뉴스.
학생.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첫 글로컬대학 육성사업의 신청에만 108개교가 참가할 정도였고, 선정된 대학마다 5년 동안 모두 1000억원을 지원받는 이 사업이 2026년까지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몇년 동안 많은 대학은 이 소용돌이 속에서 제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이다."

지난해 11월 ‘교육비평 제53호’에 실린 고영남 인제대 교수의 ‘고등교육 지방시대에 관한 비관적 전망’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글로컬사업에 사활을 건 대학의 절박함의 표현이자, 방향을 잃은 혁신 추구가 고등교육의 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고 교수는 교육비평에서 "혁신성을 교육부로 언어로 말하면 ‘벽 허물기’인데 대학의 본질을 무너뜨릴 기세다"며 "무엇이 문제이며 원인은 무엇인지 둘러싼 논쟁이 사라진, 그야말로 변화 그 자체를 위한 변화만을 기획하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또 "한국 고등교육의 85%를 사립대학이 담당하는데 매년 개최되는 글로컬대학 육성사업의 판돈으로 인해 학교법인의 책무성이 가려지고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성이 유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컬대학 사업은 고등교육 혁신을 꾀하는 30개 대학에 정부가 5년간 각 1000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교육부는 지난해 10개교에 이어 올해 10개교, 내년과 내후년 각 5개교를 지정할 예정이다.

학령인구 감소, 국가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 지역거점대학 육성 등 필요에 공감하지만 정부가 ‘혁신’과 ‘재정 지원’이라는 포장 아래 대학의 생존 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지난달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 글로컬대학 지정계획(시안) 공청회’에서 재차 밝힌 것처럼 교육부는 혁신을 전적으로 대학의 역할로 규정하고 있다.

당시 설명을 진행한 교육부 담당 사무관은 "교육부가 방향을 정해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대학의) 혁신 모델이 고등교육 전반, 다른 대학, 지자체에 파급력이 있을 것인지 하는 혁신성을 평가하는 것일 뿐"이라고 못박았다.

돈을 빌미로 책임을 떠넘기는 교육부의 자세에 난감함과 혼란은 대학의 몫이 되고 있다.

이성상 목원대 미래전략본부장은 지난달 글로컬대학 지정계획 공청회에서 "대학 혁신에 필요한 제도나 법령 개정이 있는데 이를 교육부가 사업기간 내 해결해줄 수 있는지 확신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혁우 배재대 기획처장도 같은 자리에서 "교육부는 대학 간 벽을 허물라고 말하는데 대학교육평가원에서 만들고 있는 대학 인증 계획을 보면 벽이 전제로 되고 있다"며 교육부의 명확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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