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 충청권 확대, 애들은 누가 ‘늘’ 보나?]
대전 시범학교 20곳 중 참여 학생 5명 뿐
학원 일정… 프로그램 개설돼도 관심 없어
돌봄·방과후 업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간식·식사 준비까지 교사가 하는 경우 多

교육부. 사진=연합뉴스.
교육부.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방과 후 교실에 남아있던 한 1학년 아이가 집에 가고 싶다고 울더라고요. 늘봄학교, 누굴 위한 정책인가요."

지난 3~6월 1학기 늘봄학교를 시범 운영했던 대전의 한 담당 부장교사는 학생을 온 종일 학교에 남게 하는 돌봄 정책에 깊은 회의감을 느꼈다고 하소연했다.

본보는 지난 한 학기 방과후학교 부장 보직을 맡으며 늘봄학교를 운영했던 초등교사 A 씨에게 그가 경험한 현장의 문제점을 직접 들어봤다.

실제 늘봄 업무를 담당해보니 수업에 전혀 집중할 수 없을 만큼 신경 쓸 일이 많았다며 교사와 아이 모두에게 스트레스만 남겼다고 토로했다.

일단 아침, 저녁 돌봄의 실효성 부족이 강하게 지적됐다.

급하게 자원봉사자를 채용하고 마땅한 장소가 없어 학교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는데 이용하는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

실제 시범운영 중인 대전의 20개 학교 중 저녁일시돌봄에 참여한 학생은 전체 5명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학생 6300여명 중 0.07%에 그치는 수준이다.

이마저 8개 학교는 아예 수요가 없어 운영하지 않았다.

대부분 학원 일정이 있고, 새로운 프로그램이 개설된다고 해도 학부모들은 관심이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늘봄 시범학교가 되면서 각종 업체, 단체에서 수업하려는 문의 전화가 쇄도했고 민원 응대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A 교사는 "물론 교육청과 연계된 기관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긴 한다. 하지만 강사의 자질을 학교가 제대로 확인할 수 없고, 수업 중에 일어나는 안전사고나, 불상사는 온전히 담당교사인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또 돌봄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선 운영계획, 안전계획, 운영보고 등 무수한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고, 강의를 개설하기 위해 강사 채용, 면접, 또 이를 위한 별도의 학교운영위원회, 결과 기안 까지 전부 도맡았다"고 전했다.

교사 업무 경감을 위해 교육청에선 기간제 인력을 한명 씩 충원해줬지만 ‘유명무실’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지난 2월 말경 업무 지원 인력 한명을 충원해줬는데 교육청에서 채용해서 보내주는 게 아닌 각 학교에서 교사가 직접 뽑았다"며 "그 시기는 신학기 준비로 매우 바쁠 때인데 전혀 교육이 안 된 인력이 들어와 오히려 학기 중에 가르치며 일을 했다"고 답답해했다.

지원인력이 학교에서 근무한 경험이 전무하고, 공문서 작성법조차도 몰라 결국 혼자 다 했다는 것이 교사 A 씨의 설명이다.

늘봄학교가 시행되니 돌봄업무와 방과후 업무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돌봄업무는 물론 아이들 간식, 식사 준비까지 교사가 직접 하는 경우가 많다고도 털어놨다.

A 교사는 "이 업무를 맡으며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의문이 들었다"며 "학교에 내려오는 예산은 굉장히 많다. 그런데 그 혜택이 정작 학생에겐 잘 돌아가진 않고 있다. 교사에겐 업무과중, 학생들에겐 정서적 불안정, 학부모들에겐 세금 낭비밖에 되지 않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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