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 충청권 확대, 애들은 누가 ‘늘’ 보나?]
충청권 초등 늘봄학교 시범학교 1학기 20개교→ 2학기 134개교
교사들 설문조사서 ‘교내 프로그램 확대 바람직하지 않아’ 98.6% 응답
충남, 돌봄업무 담당 교사 승진 가산점… 위화감 더 커질거란 지적

돌봄교실. 사진=연합뉴스.
돌봄교실.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전일제 돌봄이 이뤄지는 ‘초등 늘봄학교’가 충청권으로 전역으로 확대되자 시범학교 교사들의 곡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국 관련된 모든 잡무는 교사가 하게 된다며 가장 중요한 수업은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라는 게 교사들의 목소리다.

충청권 늘봄학교 시범학교는 1학기 20개교에서 2학기엔 134개교로 6배 이상 늘어났다.

체계적인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운영이 확대되자 초등교사들의 불만은 상당하다.

가뜩이나 교권침해를 비롯 학교폭력, 각종 민원, 행정업무로 교사들이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육 책임까지 전가하는 꼴이라며 날을 세웠다.

실제 지난 5월 교사노조 늘봄대응팀이 실시한 늘봄학교 관련 교사 대상 설문 결과에 따르면 돌봄 프로그램이 학교 내에서 확대되는 것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7637명, 98.6%)’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그 이유로는 ‘비전문인력 투입으로 인한 학교 혼란증가’와 ‘학생들의 이른 등교, 늦은 하교로 안전 및 건강문제’, ‘담당교사의 업무 부담증가’ 등을 문제로 꼽았다.

실제 ‘교사가 늘봄강사 인력으로 투입’되고 있는 비율도 77.7%에 달했다.

이 같은 여론 속 당장 2학기 시범운영을 시작하는 충남 늘봄학교는 기본형 60개교, 학교주도 특화형 12개교로 구분된다.

그 중에서도 학교주도특화형은 학교 지역 여건이나 특색에 맞춰 늘봄학교 과제를 자율적으로 수행하게 돼 업무 영역이나 내용이 학교마다 다를 수 있어 교사들의 부담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충남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돌봄 업무를 맡는 교사에게 승진 가산점을 주고 있는데 늘봄학교 시행으로 위화감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충남지역 초등교사는 "돌봄 가산점이 다른 항목보다 매우 세서 승진하려고 퇴근 후는 물론 주말에도 ‘토요돌봄’을 하는 교사들이 있다. 사실상 돌봄 가산점을 받지 않고선 승진을 할 수 없는 구조라 과열경쟁도 있고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교사들이 돌봄가산제가 폐지되지 않고 늘봄학교가 도입될 경우 교사간 형평성 문제 등 다양한 부작용이 초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선 교사들 뿐만 아니라 관리 책임이 있는 교장, 교감들의 아우성도 높다.

충북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결국 학교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 등 각종 민원의 책임은 교장이 지게 돼 있는데 돌봄과 교육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지 않고 도입하는 것 같다"며 "아침, 저녁 돌봄 과정에서 일어나는 관리 책임에서 교장 역시 자유롭지 못한 만큼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답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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