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대전 문화시설 인프라, 무조건 늘리는 게 능사인가
上. 심의·의결기능 ‘실종’된 민선8기 문화예술정책
대전시, 문화정책 자문·심의 역할하는 지역문화협력위원회 존재하지만
올해 회의 건수 단 1건… 심의 거친 ‘이종수미술관’ 조차 서면으로 이뤄져
협력위 기능 못하는 상황 문화예술진흥위 확대 개편 계획… “실효성 의문”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올해 대전시는 민선8기 일류 문화도시를 표방하며 대규모 문화시설 인프라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원도심을 중심으로 제2시립미술관, 음악전용홀, 이종수미술관 등 8개 신규사업이 추진되고, 지방비 규모만 최대 5144억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사업계획엔 화려한 장밋빛 청사진만 있을 뿐,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빠져 있다. 심도 있는 숙의과정은 물론 재정 조달 방안, 중장기적 과제 등도 부재하다.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는 이유다. 이 경우 사업이 중간에 쉽게 동력을 잃을 수 있고, 자칫 표류할 가능성도 크다. 내년은 민선8기 문화시설 확충방안의 원년으로 개별 사업들의 단계적 추진이 본격화 되는 해다. 충청투데이는 민선8기 문화시설 확충 계획의 문제를 짚고, 향후 정책 수립 과정에 있어 추구해야 할 방향들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민선8기 대전시 문화정책의 문제는 무엇보다 심의·의결기능이 빠진 데 있다. 막대한 혈세가 투입됨에도 충분한 공감대나 공론화 없이 시설 건립 계획부터 발표되며 지역 예술계엔 기대보단 우려의 시선이 더 크다.

지역문화진흥법 개정에 따라 각 지자체엔 지역 문화진흥을 위한 시책 개발, 심의, 자문을 위한 지역문화협력위원회(이하 협력위) 설치가 의무화됐다.

지역문화진흥 시행계획의 수립, 시행, 평가에 관한 사항 또는 지역문화 균형발전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도록 한 법정위원회다.

신규사업의 필요성, 적정성 등에 있어 위원들의 심도 있는 검토를 통해 정책의 타당성을 높이고, 정책의 실행력을 높이자는 취지로 발족됐다.

대전시에도 현재 14명의 전문가들로 협력위가 구성돼 있으나 이들의 올해 회의 건수는 단 1건이다.

시는 올해 중촌근린공원에 제2문화예술복합단지(제2시립미술관, 음악전용공연장, 소규모 미술관), 소제중앙문화공원에는 이종수미술관, 테미예술창작센터엔 제2대전문학관 등의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원도심 곳곳 한꺼번에 수 많은 문화시설의 건립 계획이 공개됐으나 협력위 자문이나 심의를 거친 사업은 이종수미술관 뿐이다.

이조차 사업 발표 이후, 뒤늦게 서면으로 이뤄졌다. ‘식물위원회’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이렇듯 법정위원회도 제 역할을 못하고 ‘유명무실’한데 시는 올 1월 말 사라진 ‘대전문화예술진흥위원회’를 이름만 다시 바꿔 확대 개편을 앞두고 있다.

기존 ‘대전문화예술진흥위원회’는 협력위와의 기능 중복, 저조한 운영 효율로 위원들의 임기 만료 후, 재 위촉을 하지 않았는데 지난 8월 조례를 개정해 ‘진흥’자만 빠진 ‘대전문화예술위원회’로 재구성할 계획이다.

기존 18명이던 위원 규모는 30명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난다. 하지만 기존 협력위조차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에서 유사 기능의 또 다른 위원회를 확대 개편하는 것이 얼마나 실효성을 갖출 지는 미지수다.

한 협력위 위원은 "협력위는 지역문화 균형발전에 관한 사항을 심의, 자문하는 법정 위원회인데 현재 시에서 새롭게 추진하는 원도심 문화시설 확충 계획에 대해 위원인 나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며 "1년에 서면 심의 한번은 아무리 의무 설치라 해도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규 시설이 꼭 필요한지, 수요나 타당성은 있는지 지역문화정책 전반에 대해 자문하라고 만들어 놓은 기구인데 너무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이종수미술관은 효율적인 자문을 얻기 위해 서면으로 개최했다"며 "새롭게 확대 개편되는 문화예술위는 현장에서 활동하는 지역예술인이 주도가 돼 정책구상, 실행방안 등 전 과정에 참여시킬 계획이다. 기존 협력위와 시너지를 높일 수 있게 활성화 시키겠다"고 답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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