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20주년 먹칠한 대전예당 공연 취소사태, 무엇이 문제였나]
上. "터질게 터졌다" 대전예당 자체 공연, 매번 버거웠다
中. 사업자 등록증만 있으면 입찰 가능? 예술 전문성 확인 절차 ‘전무’
下. 대전시-대전예당, 책임 ‘핑퐁’ 아닌 재발방지 총력 다해야

上. "터질게 터졌다" 대전예당 자체 공연, 매번 버거웠다
‘안드로메다’ 건축물 일반 청소업체·‘토스카’ 내부통신배선 공사업체가 무대 제작
오랜시간 제작했는데 그마저도 부족함 많아 직원들이 보수… "개선점 마련돼야"

대전예술의전당 제공.
대전예술의전당 제공.

[충청투데이 조정민 기자] 대전예술의전당(이하 대전예당) 제작오페라 ‘운명의 힘’이 대전 ‘망신의 힘’으로 전락했다. 공연 하루 전 취소로 선예매 한 1500여명의 관객과의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올해가 유독 운이 나빴던 것일까, 아니면 오래 전부터 예견된 문제였을까. 한 작품이 무대로 최종 구현돼 관객에게 선보이기까지는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단순히 대전예당만의 문제라고는 할 수 없다. 충청투데이는 이번 대전예당 공연 취소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과 문제를 짚고 재방방지책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대전예당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자체 제작공연 준비 과정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꾸준히 빚어져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예술계는 그간 곪아온 제작과정의 다양한 문제들이 쌓여 하필 개관 20주년 제작 공연에서 터진 것 뿐이라고 자조했다.

대전예당은 그간 19번의 자체제작 공연 준비와 기획 과정에서 모두 일반 용역 입찰 방식으로 무대 제작 업체를 선정해왔다. 최저 입찰가에 서류만 보고 평가해야 하는 경쟁 입찰 방식의 맹점은 곧 부작용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2021년 자체제작 오페라 ‘안드로메다’는 건축물 일반 청소업체가, 지난해 자체제작 오페라 ‘토스카’의 무대제작은 내부 통신배선 공사업이 주요업인 업체가 낙찰됐다. 모두 무대제작과는 거리가 먼 비전문업체임에도 대전예당의 정체성인 자체제작 공연 기획의 핵심이자 한 축을 담당했다. 특히 ‘안드로메다’의 경우 올해와 마찬가지로 빠듯한 일정 속 간신히 무대가 세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안드로메다’ 연출을 맡았던 홍민정 연출가는 "무대가 얼핏 봐서는 쉽게 만들어지는 듯해도 전문업체가 아니면 기간 내에 여러 조건에 맞는 제작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당시 선정됐던 업체도 전문업체가 아니다보니 세트 제작이나 무대 제작의 생리를 몰라 전문가가 소요하는 시간의 배를 들여 납품이 이뤄졌다"고 회상했다. 이어 "막상 제작된 소품들도 무대에 올렸을 때 생각했던 것과 달라 난감한 때가 많았고, 노하우와 스킬이 필요한 부분에서 부족함이 계속 드러나 결국 예당 측의 모든 직원이 함께 보수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직원들이 함께 모여 페인트칠을 하기도 하고, 공연 직전까지도 마음을 졸이며 무대를 몇 번이고 살펴봐야 했다"고 토로했다. 또 "결국 외부 업체에서 완성됐어야 하는 일을 대전예당이 보완하며 필요 이상의 에너지와 시간을 쓴 것인데 업체는 손쉽게 대전예당 오페라 공연 실적 한 줄을 갖게 됐다"며 "전문성과 경험, 예술성이 겸비돼야 하는 사업에 서류 평가만 이뤄진다면 이 같은 부작용은 계속 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시민에게 양질의 공연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대전예당의 제작공연은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상황 속 위험부담을 껴안고 준비되고 있었던 것이다. 김상균 전 대전예당 6대 관장은 "비전문 무대제작사 입찰로 인한 문제는 공연계의 고질적인 부분"이라며 "대전예당 역시 개관 초부터 매번 위험부담을 안고 공연을 제작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에도 낙찰된 업체의 역량이 부족해 다른 업체를 중간에 연결해주기도 하고, 주변의 여러 도움을 받아 공연을 만들어야 했다"며 "이젠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향후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개선점을 생각해볼 때"라고 의견을 전했다.

조정민 기자 jeongmi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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