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제 과잉구조, 모래알 조직력…벼랑 끝 대전예당]
③ 티켓 수입 대전시 귀속, 용역도 이원화… 사업소 한계
무대의상 제작업체 ‘교복제작소’ 선정… 연정국악원 부채 문구업체가 담당
티켓 수익금 市로 귀속·공무원 잦은 인사이동 탓 무사안일주의 분위기 형성

대전예술의전당. 대전예술의전당 제공.
대전예술의전당. 대전예술의전당 제공.

[충청투데이 조정민 기자] 대전예술의전당(이하 대전예당)은 문화예술 공연장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지만 대전시 사업소라는 이유로 지방계약법, 지방공무원법 등 각종 규제에 얽매여있다.

매년 시비 지원으로 안정적 경영은 가능하지만 경직된 조직문화 속 비상상황 발생 시 능동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구조다.

일단 이번 오페라공연 취소사태로 불거진 ‘용역 입찰 방식’이 시 사업소로서 꼽히는 대전예당의 대표적인 문제다.

본보 취재결과 대전예당은 이미 과거에도 무대의상 제작업체를 용역 의뢰했는데 ‘교복제작소’가 선정된 전례가 있었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대전예당만의 일은 아니다.

인근의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은 전통무용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소품인 부채를 제작하는 업체가 다름 아닌 ‘문구업체’로 선정된 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전통무용 공연에서 부채는 단순 소품이 아니다. 춤 동작의 일부이자 공연 전체 분위기를 좌우하기에 장인들이 한땀한땀 만드는 정성과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업"이라며 "하지만 문구업체의 공장식으로 찍어낸 부채가 최종 납품돼 예술성, 전문성의 필요를 설명하고 퀄리티를 높이기까지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됐었다"고 회상했다.

이렇듯 소품이나 의상, 무대 구조물 등은 양질의 공연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임에도 대전시 사업소로 운영되는 공연장들은 전문성을 높이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 티켓 수익금 또한 시로 귀속돼 외부 재원 마련이 불가능하다.

대전예당은 현재 별도 수입 없이 전액 시비로만 운영되고 있어 재정자립도가 낮다.

서울의 한 국립공연장 관장은 "대전예당 직원들이 아무리 공연 티켓을 열심히 팔아도 결국 시로 귀속되니 직원 입장에서는 홍보나 마케팅에 전력을 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협찬이나 후원, 광고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마케팅에 한계가 있어 재정자립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전시 일반직 공무원의 보직 순환체제도 활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현재 대전예당 직원 50명 중 11명은 대전시 행정·시설·건축 등 8급에서 5급 공무원이 순환 근무 중이다.

특히 관장과 실무 직원 사이에서 매개 역할을 해야 할 요직인 공연기획과장(5급) 자리는 매번 정년이 임박한 행정직 공무원들이 돌아가면서 근무해 왔다.

문제는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행정직 공무원들의 잦은 인사이동으로 대전예당은 어느샌가 부터 무사안일주의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임기제 공무원 등 다른 직원들의 근무 태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익명의 내부 관계자는 "행정직 공무원들이 순환 보직으로 오면 몸이 안 좋거나, 한번도 접해보지 않았던 업무라 모른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때가 많다"며 "마치 예당에서 근무하는 것을 안식년 개념으로 생각하는 듯한데, 이러한 일부 직원들의 태도가 전체 조직 분위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고 한탄했다.

노기수 대전시 문화관광국장은 "개관 초에는 임기제 공무원, 보직 순환 체제가 민간의 역량을 최대화 할 수 있어 장점으로 작용했지만 20년이 흐른 지금은 직원들의 근무 의욕 저하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듯하다"며 "예전부터 몇 차례 논의 돼 왔던 법인화 역시 일장일단이 있기에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대전예당의 쇄신을 위한 방안들을 고민해보고 있다"고 전했다.

조정민 기자 jeongmi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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