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위한 발판 없는 대전 예술계
<글 싣는 순서>
上. 타 지역에서 스펙 쌓는 대전지역 음대생들
中. 원석 발굴보다 보석 모으기 치중, 예술계도 중고신인만
下. 현실적인 신인 발굴 정책 필요…콩쿨 작은 출발점

上. 타 지역에서 스펙 쌓는 대전지역 음대생들
인지도 쌓고 피드백 얻을 수 있어 의미 큰데 규모 있는 대학부 콩쿨 無
타 지역 콩쿨, 국내외 연주회·유명 오케스트라 협연기회 등 혜택 부여
대전음악협회 "큰 규모 콩쿨 열기 어려워… 예산문제도 무시할 수 없어"

콩쿨. 그래픽 김연아 기자. 
콩쿨. 그래픽 김연아 기자.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민선8기 대전 핵심 문화예술 정책 중 하나인 대전시민교향악단이 최근 첫 발을 내딛었다. 내년 대전시민합창단 그리고 더 나아가 이를 아우르는 대전시민예술단으로 확장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역 청년 예술인들에게 제대로 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충청투데이는 청년 예술인 육성에 목적을 둔 대전 예술정책의 근본적인 문제와 원인을 짚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대전의 청년 예술인들이 실력이 있어도 지역에선 스펙 쌓을 기회가 없어 일명 ‘원정 콩쿨’에 나서는 형국이다.

대전시가 민선8기 ‘문화예술도시’를 표방하는 만큼 지역 특성에 맞는 권위 있는 콩쿨을 개최해 신인 발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21일 본보 취재 결과, 현재 대전에는 대학부(만 32세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공신력 있는 콩쿨이 부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부 대상 ‘콩쿨’은 대학 재학생이나 졸업생들에겐 준비단계부터 실력을 다질 수 있는 기간으로 단순 경연대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신인 음악가로서 인지도를 쌓을 수 있는 계기이자 큰 무대의 연주 경험, 평가과정에서 심사위원들에게 전문성 있는 피드백 등의 인재육성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콩쿨은 음악대학 전공자들의 가장 기본적인 경력사항이자, 특전을 통해 지역 예술가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대전음악협회나 대전예술의전당 차원에서 실력있는 신인 발굴과 동시에 큰 규모의 특전이 보장된 콩쿨 개최 필요성이 나오는 이유다.

대전의 한 음악대학을 졸업한 허모 씨는 "대학 재학기간 중 여러 콩쿨에 참여 했지만, 대전에서 주최하는 콩쿨은 거의 없어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마저도 규모가 작아 학과 실기시험 연습용으로만 나갔다"고 토로했다.

허 씨는 "주로 서울이나 타 지역 콩쿨을 나갔는데,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콩쿨이 오전에 잡히는 날엔 전날 미리 숙소를 잡아야 해 비용적 측면에서도 부담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충남대 피아노학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고등학생 때는 무조건 많이, 다양한 콩쿨에 참여하는 게 도움이 됐다면, 대학 재학 중에는 높은 수준의 규모있는 콩쿨을 본인이 판단해 선택적으로 참가한다"며 "대전은 콩쿨은 있어도 규모가 매우 작거나 정보 자체가 부족하다. 상금이 높은 것도 아니고 추후 예술계 활동에 발판이 될 영향력이 없어 타 지역 대회에 참가한다"고 하소연 했다.

실제 타 지역을 보면 규모있는 콩쿨은 특전으로 국내외 다양한 연주회 또는 유명 오케스트라와 협연 기회를 제공하며, 무대 경험과 스펙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기획·운영한다.

울산음악협회가 주최하는 음악경연대회는 울산 클래식 음악제 오케스트라 협연 출연을 특전으로 둔다.

대구신인문화협회가 주최하는 신인음악콩쿨의 경우 단독 리사이틀 개최와 음악제 출연 기회가 특전으로 제공된다.

이에 대해 대전음악협회 측은 콩쿨 개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전음악협회 관계자는 "현재 대학부, 일반부 대상 콩쿨이나 대회가 거의 열리지 않는 점은 알고 있지만, 쉽게 큰 규모의 콩쿨을 열긴 어렵다"이라며 "예산 문제도 무시할 수 없고 대학생부의 경우 콩쿨 참여율이 높지 않은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최윤서 기자·조정민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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