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용역 입찰 공고에 응모한 업체 11곳
대전예당 이번 사태로 인해 자체조사
그 결과 11곳 모두 전문업체 보기 어려워
입찰가 2억 미만은 서류평가만 이뤄져
무대설치 등 공연 전문성 입증 방법 無

대전예당 제작오페라 베르디 '운명의 힘' 취소 안내. 대전예당 홈페이지 제공. 
대전예당 제작오페라 베르디 '운명의 힘' 취소 안내. 대전예당 홈페이지 제공.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이번 대전예술의전당 공연 취소 사태로 무대제작사 선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공연 무대제작이라는 문화예술분야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고려해 공개입찰과정의 선정방식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따른다.

제작 오페라 베르디 ‘운명의 힘’ 공연의 무대 제작사 선정은 지난 9월 대전시 용역입찰 공고를 통해 긴급으로 착수됐다.

개찰 당시 총 11곳의 제작업체가 응모했는데 1순위 업체가 부적격처리 되며 후순위 업체인 현재 제작사가 자동 입찰됐다.

대전예당은 이번 제작사의 과업 불이행 사태로 인해 당시 응모 업체 11곳을 자체 조사했고, 그 결과 모두 무대제작 전문업체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서류상으론 무대제작업체로 분류돼 있으나 실제 업력을 보면 소품 제작이나 단순 야외행사를 위한 구조물 제작 등이 많아 공연 무대 제작과 성격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일반용역 공고는 입찰가 2억원 미만의 경우 서류 평가만 이뤄지기 때문에 무대설치 등 공연 전문성을 입증할 방도가 없다.

해당 제작사는 무려 4곳에 외부 하청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지며 더욱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대전예당 직원은 "하청업체까지 수소문 해 찾아갔지만 제작사로부터 대금 지급이 안 돼 납품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는 국내 오페라 무대의 고질적 문제로도 볼 수 있다.

뮤지컬, 콘서트와 달리 오페라 공연은 민간에서 기획, 연출하기 대중성에 한계가 있는 만큼 통상 공공 공연장이 주최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작사 선정은 지자체에서 해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앞서 2021년 대전예당 창작오페라 ‘안드로메다’ 공연 준비 당시에도 무대제작사로 싱크대업체가 선정돼 납기일을 간신히 맞춘 전례가 있었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대전예당 만의 일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국공립예술단체인 서울예술단 역시 창작가무극 ‘순신’ 공연 개막일을 7일에서 8일로 연기했는데 이곳 역시 무대세트 보강작업이 원인이었다. 창작가무극 ‘순신’ 무대제작업체의 경우 간판제작소로 전해지고 있는데 열악한 국내 공연무대제작 실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지역 공연계 관계자는 "실제 전문 무대제작업체는 전국에 10곳 남짓인데 이들은 관에서 주도하는 용역 자체에 참여할 필요가 없이 일거리가 넘친다"며 "나머지 전문성과 자격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업체, 아니면 영세업체들이 전국 지자체와 공공기관을 상대로 용역에 많이 참여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작사 심사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덕규 대전예술의전당 관장은 "기다려주신 관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이번에 올리지 못한 무대는 연출자와 일정을 잘 조율해 내년 초에라도 재공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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